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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식의 2번출구] 일본의 철도회사, ‘프로야구’ 한 축 된 이유

‘야구장 가는 길’부터 모기업 고객으로…한국 비슷한 사례 있나?

박장식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1/01/28 [09:06]

[박장식의 2번출구] 일본의 철도회사, ‘프로야구’ 한 축 된 이유

‘야구장 가는 길’부터 모기업 고객으로…한국 비슷한 사례 있나?

박장식 객원기자 | 입력 : 2021/01/28 [09:06]

=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목요일, 철도와 관련된 비사를 꺼내는 <박장식의 2번 출구> 연재가 진행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철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미래의 철도 정책 등에서 배울 점, 또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철도경제=박장식 객원기자] 일본프로야구(NPB)의 최고 인기구단을 물었을 때 사람들은 어떤 구단을 꼽을까. 도쿄의 요미우리 자이언츠, 후쿠오카의 소프트뱅크 호크스 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적잖은 사람들이 간사이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는 한신 타이거스를 말하곤 할 테다.

 

한신 타이거스의 모기업은 고베와 오사카 사이를 잇는 철도기업인 한신(阪神) 전기철도.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도쿄 인근 사이타마를 연고로 하는 세이부 라이온즈의 모기업도 세이부(西武) 철도이다. 철도를 운영하는 사기업이 어떤 돈이 있길래 소프트뱅크, 라쿠텐과 같은 거대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야구단을 꾸려나갈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프로야구가 이들 모기업의 수익에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야구가 기본적으로 모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인식되는 한국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일본의 철도회사에서는 어떻게 프로야구의 팬이 모기업에 수익을 안겨다 줄 수 있는 것일까.

 

▲ 한신 타이거스의 홈구장 고시엔 야구장의 바깥 모습. 철도 회사는 독점 노선과 팬들의 충성을 바탕으로 야구단을 운영할 수 있었다.  © 박장식 기자

 

◆ 문 나서는 순간부터, 어쩌면 문을 나서기 전부터

 

철도회사의 전략은 야구팬이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집에 돌아오는 순간까지 모기업의 고객이 되는 것이다. 한신 타이거스는 고베와 오사카 사이, 한신 전철의 주요 정차역인 고시엔역 바로 앞에 야구장을 두고 있고, 세이부 라이온즈는 사이타마 교외의 유원지에 세이부의 전철역과 야구장을 함께 두었다. 

 

세이부의 메트라이프 돔에 접한 세이부구장앞역도, 한신의 고시엔 야구장 앞 고시엔역도 다른 철도회사가 철길을 들이밀기 어려운 위치, 즉 독점 구간에 있다. 그러니 야구팬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야구를 직관하려 한다면 한신 전철, 또는 세이부 전철의 열차를 타지 않고서는 야구장에 갈 수 없다. 

 

혹여나 자동차로 빠져나가는 수요를 잡기 위해 철도회사 측에서도 팬들에게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이부는 세이부구장 앞까지 가는 열차를 도쿄 지하철에서 환승 없이 한 번에 타고 갈 수 있도록 하고, 한신은 오사카 도심에서 야구장까지 멈추지 않고 가는 열차를 운행한다. 철도 회사의 장점을 살린 최고의 ‘손님맞이’인 셈이다.

 

만일 야구팬이 낮 경기를 직관했다면, 집에 돌아오기는 아쉬우니 식사도 하고 장도 보고 돌아올 것이다. 그런 고객도 철도회사는 놓치지 않는다. 

 

한신 전기철도의 경우 주요 역인 오사카우메다역, 니시노미야역, 미카게역과 같은 곳에 자사의 백화점이나 쇼핑몰을 영업한다. 백화점 푸드코트에서 식사도 하고, 야구장에서 잊었던 응원 용품도 구매한 뒤 지하 식품관에서 장까지 보면 하루종일을 모기업의 고객으로 보내는 셈이다.

 

한술 더 떠서 문을 나서기 전부터 구단 모기업의 고객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모기업이 철도에 따른 토지지가 상승을 염두에 두고 지역에 대한 개발사업을 추진했다면 가능한 일이다. 야구팬이 아닌 사람이라도 연고지의 주거지역에 입주하여 자연스럽게 해당 철도회사를 이용하게 된다면 모기업 구단의 팬이 될 수 있다는 전략도 된다.

 

당장 세이부가 그렇다. 세이부 홀딩스는 사이타마의 도코로자와나 도쿄 서부 지역 일대에서 재개발 및 개발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상업시설뿐만 아니라 주거용 건물도 적잖이 입주한 터라 자연스럽게 도쿄 도심, 다른 지역의 지가에 지친 이들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한 지가에 나은 주거요건을 높이 사 이사를 온다. 개중에는 야구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세이부 라이온즈는 여기서 자연스럽게 ‘세이부 역세권 주민’에 대한 야구 티켓 가격 할인 이벤트를 벌인다. 세이부의 전철 노선이 자신의 집과 연결되어 있거나, 세이부의 버스가 지난다면 야구 표를 최대 50%까지 할인해준다. 그렇게 야구장을 가게 되고 빠져든다면 성공이다. 이사 한 번 왔다가 한 야구단의 팬, 나아가 한 기업의 충성고객이 되어버리는 사례가 된다. 

 

▲ 고시엔 야구장 앞 고시엔역의 모습. 야구 경기가 있을 때면 모기업이 자사의 사업에 맞춘 '특별한 서비스'를 한다.  © 박장식 기자

 

◆ 신세계의 야구단 인수, 닮은 점 많네

 

사실 이런 사례는 일본 내에서 적지 않았다. 당장 JR의 전신인 일본국유철도가 도쿄에 ‘고쿠테츠 스왈로즈’(현 야쿠르트)를 운영했던 적이 있고, 킨테츠나 니시테츠, 도큐 전철과 같이 유통사업을 소유하고 있는 대형 사철 역시 야구단을 운영했다. 한국 역시 실업 야구 시절 ‘철도청 야구단’을 운영했지만, 프로야구 출범 직전 발을 뺀 바 있었다. 

 

그나마 ‘교통’을 뺀다면 비슷한 사례가 이번에 생겨날 성싶다. 주인공은 인천의 SK 와이번스. SK 와이번스는 지난 26일 신세계이마트에 구단이 매각되었다. 신세계는 인천터미널의 신세계백화점의 운영권을 롯데에 뺏기며 구월동 상권을 내주는 등, 인천 상권을 가져올 수 없다는 위기에 처한 상황.

 

당장 신세계이마트의 계획도 다른 듯 비슷하다. 야구장에 자사 쇼핑몰 브랜드인 ‘스타필드’를 붙인다는 이야기가 돈다. 야구장에 응원하러 왔다가 경기가 끝난 후 모기업의 쇼핑몰에서 식사도 하고, 쇼핑도 하면서 모기업에 익숙해지고, 그러면서 지역민들을 충성고객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전략이다.

 

물론 대형유통업체의 셔틀버스 영업을 막고 있는 현행법상 팬들을 철도회사처럼 ‘집 앞에 모셔다드리는’ 서비스를 하지는 못하지만, 유통이라는 시장을 여느 일본 철도회사들보다 크게 소유하고 있는 신세계이마트의 현 상황을 생각하면 충분히 재미있는 장면이다. 

 

자연스럽게 ‘만일 철도청이 야구단을 해체하는 대신 프로야구단을 운영했다면? 그것이 지금까지 이어진다면?’이라는 가정도 해보게 된다. 과연 일본의 ‘고쿠테츠’처럼 성적도, 흥행도 시원찮은 구단으로 남았을까, 아니라면 추가 수익도 챙기며 전국구 팬을 수용하는 인기구단이 되었을까? 이런 상상을 하게 되는 것도 ‘스토브리그’의 묘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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