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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현대로템-대구도철 행정소송…'제척기간' 놓고 양측 '대립'

대구 2호선 PSD 설치과정에서 불거진 '하도급 논란'…지난 1월에 현대로템 패소
1심 판결 후 행정처분 한 대구…현대로템 "위법성 있다" 취소청구ㆍ행정소송 제기
대구도시철도 "제척기간 도과 안됐고 재결의 기속력 위반사항 없어"

박재민 기자 | 기사입력 2021/10/18 [14:00]

[심층] 현대로템-대구도철 행정소송…'제척기간' 놓고 양측 '대립'

대구 2호선 PSD 설치과정에서 불거진 '하도급 논란'…지난 1월에 현대로템 패소
1심 판결 후 행정처분 한 대구…현대로템 "위법성 있다" 취소청구ㆍ행정소송 제기
대구도시철도 "제척기간 도과 안됐고 재결의 기속력 위반사항 없어"

박재민 기자 | 입력 : 2021/10/18 [14:00]

▲ 대구도시철도공사와 현대로템이 행정처분과 관련한 법정 공방전에 돌입한다. ⓒ 철도경제

 

[철도경제신문=박재민 기자] 대구 지하철 승강장안전문(PSD) 설치과정에서 불거진 현대로템의 비위행위와 관련해 지난 1일 법원이 현대로템과 공사 관계자에 대한 1심 판결하고 대구도시철도공사(이하 공사)가 행정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현대로템은 행정처분에 불복하면서 대구시와 법원에 각각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을 제기해 6년간 이어진 양측의 갈등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양측의 의견 중에 한쪽에 무게를 실어줄 수 있는 판례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이 철도업계뿐만 아니라 ‘관급공사’ 과정에 둘러싼 모든 갈등의 판도를 뒤집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법원의 공정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대구지법 "피고인 범행 죄질 좋지 않다"

 

현대로템과 공사 간 갈등의 시발점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PSD를 직접 생산할 설비 등이 없음에도 실적자료를 허위로 만들어 233억 원 규모의 대구 2호선 PSD 설치공사 사업을 수주했다.

 

또 해당 사업은 하도급이 불가능함에도 현대로템은 177억 원에 일괄 하도급을 줬으며 이 업체 또한 재하도급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더불어 하도급 공사를 진행하면서 미승인 제조사의 앵커볼트를 전체 5000개 중 무려 4400여 개나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앵커볼트는 PSD 구조물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주요 부품 중 하나다.

 

이후 검찰은 법원에 기소하면서 본격적인 재판에 들어갔다. 그 결과, 지난 1월 대구지방법원은 현대로템 전 철도시스템사업실장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중간관리자였던 B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한, 현장 대리인이었던 C씨와 D씨에게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일괄 하도 받은 회사 대표 E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일괄 하도급받은 회사의 구매팀장 F씨에게 벌금 200만 원, 현대로템에는 벌금 2500만 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피고인 중 일부는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하기도 했다”며 “지하철 PSD 설치공사의 중요성과 일괄 하도급 계약을 은폐하기 위한 이러한 일련의 진행 과정들을 비춰 보면 피고인들이 범한 범행의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고 판시했다.

 

▲ 대구 2호선에 설치된 스크린도어. 현대로템 로고가 부착돼있다. (=자료사진) © 철도경제

 

▶ 현대로템 "같은 이유로 두 번이나 행정처분 내린 것"

 

1심 판결이 나온 뒤 공사는 지난달 6일 현대로템에 ‘공공기관 입찰참가제한’ 5개월을 처분했으며 그 즉시, 현대로템은 대구시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고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철도경제신문이 관계기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 한 바, 이번 행정심판과 소송전의 핵심 쟁점은 ‘재결의 기속력에 위반되는지’와 ‘제척기간이 도과했는지’로 좁혀진다.

 

먼저 현대로템 측은 '이미 2016년에 행정처분을 받았고 이를 이행했기 때문에, 이번 처분은 재결의 기속력에 위반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같은 이유로 두번이나 처분한 점은 법률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현대로템의 주장을 자세히 알기 위해선 시간을 2016년 2월 28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구시는 특별감사를 통해 현대로템의 PSD 공사과정에 불법 일괄 하도급 계약과 허위 실적자료 제출 등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감사 결과에 따라 2016년 6월 21일 공사는 현대로템에 ‘공공기관 입찰참가제한 10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후 현대로템은 행정소송까지 진행했으나 대법원까지 간 끝에 패소했으며 2018년 4월부터 8월까지 공공기관 입찰에 참여할 수 없었다.

 

이것이 대구 PSD 설치과정에 불거진 비위행위와 관련한 첫 번째 행정처분이다. 즉, 지난달에 공사로부터 내려진 행정처분은 두 번째 처분이라는 것.

 

이 대목에서 현대로템은 ‘똑같은 이유로 행정처분을 두 번 내린 점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공사 측은 올해 내린 행정처분과 2016년에 내린 처분은 각각 다른 성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2016년 9월 5일, 처음에는 검찰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현대로템의 일괄 하도급은 혐의 없다고 처분했다”며 “그 이후 행정심판에서 대구시는 일괄 하도급에 대한 행정처분은 법률적으로 맞이 않았다고 판단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검찰이 다시 조사한 결과, 일괄 하도급 사실이 밝혀졌고 이에 따른 법원 판결도 나왔기 때문에, 새로운 사실관계에 따른 행정처분을 내린 것”이라며 “공사는 다시 행정처분을 내릴 사유가 명확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제척기간 기준일 두고 양측 이견 보여…관련 판례도 無

 

또 하나의 쟁점으로는 ‘제척기간’ 기준을 어느 시점에서 보는 것이 맞는지가 얽혀 있다.

 

지방계약법에 따르면 입찰 참가 자격이 제한되는 행위가 종료되는 시점에서 5년이 지나면 행정처분을 내릴 수 없다. 이를 제척기간이라고 부른다.

 

현대로템 측은 하청업체와 일괄 하도급을 처음 계약한 2015년 12월 17일을 기준일로 보고 있어 제척기간 5년이 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공사는 PSD 설치공사가 ‘장기계속계약’이기 때문에 현대로템의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공사 관계자는 “PSD 설치공사는 장기계속계약이기 때문에 공정별로 나눠서 계약한다”며 “마지막 공정 때 진행했던 계약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마지막 계약이 진행된 2016년 12월 30일을 범죄 종료 시점으로 보고 있어 제척기간이 도과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리하자면, 현대로템은 일괄 하도급한 '행위'를 제척기간의 시작일로 보고 있으며 공사는 '계약'을 기준으로 해석한 것이다.

 

문제는 양측 주장 중에 어느 한쪽에 무게를 실을 수 있는 관련 판례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이는 지방계약법이 지난 2018년 12월에 개정되면서 신설된 비교적 최신 조항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설된 제척기간 조항도 면밀하게 나왔지 않기 때문에 사법부의 직권해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행정소송 판결이 제척기간과 관련된 첫 번째 판례로 남을 전망이며, 앞으로 지방계약법과 관련된 분쟁에서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한 기관 관계자는 공사와 현대로템간의 법적 공방전을 보고 “만약 법원이 현대로템 측의 손을 들어준다면 기관 입장으로선 앞으로 모든 행정처분과 관련된 소송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법원의 공정한 판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오는 25일 대구시행정심판위원회는 현대로템이 제기한 행정심판과 관련한 심리에 들어간다.

 

여기서 대구시가 현대로템의 취소청구를 인용한다면 지난 9월에 내린 행정처분은 무효 되고 행정소송도 무산된다.

 

이와 반대로 대구시가 공사 측에 손을 들어주면 양 사는 본격적인 행정소송에 들어간다. 이때부터 모든 공이 법원에 넘어간 셈이다.

 

아울러, 철도경제신문은 현대로템 측의 명확한 입장을 듣고자 답변을 요청했지만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우려가 있어 해당 건에 대한 입장을 드리기가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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