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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철도차량 기술형입찰제②] 반복되는 저가 수주…해외 사례 눈 돌릴 때

√ 韓 철도차량 구매사업, 사실상 낮은 가격 투찰해야 수주
√ 저가 낙찰로 인해 국내 철도차량 시장 악순환…영세한 부품사 '몰락'
√ 주요 해외국에 적용된 기술중심 입찰, 산업육성 위한 해결책

박재민 기자 | 기사입력 2021/11/26 [18:30]

[긴급진단-철도차량 기술형입찰제②] 반복되는 저가 수주…해외 사례 눈 돌릴 때

√ 韓 철도차량 구매사업, 사실상 낮은 가격 투찰해야 수주
√ 저가 낙찰로 인해 국내 철도차량 시장 악순환…영세한 부품사 '몰락'
√ 주요 해외국에 적용된 기술중심 입찰, 산업육성 위한 해결책

박재민 기자 | 입력 : 2021/11/26 [18:30]

한국 철도차량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순환 생태계 구조를 만들어 산업의 기반을 다지고, 세계 철도시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번에 코레일 노후 전동차 교체사업을 진행함에 있어 기술중심 평가 입찰제도를 도입하는 목적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기술중심 평가 입찰제도가 산업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철도경제신문은 4회에 거쳐 이번 입찰제도 개선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철도차량 산업계를 집중 조명하고, 해외와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 무엇인지 진단해본다. / 편집자 註.

 


① 철도공룡 중국의 역습 '한국을 노린다'

② 기술중심 입찰, 산업육성ㆍ해외 수출에 기여 

③ 자칫 하면 '독버섯'…기술중심 입찰 부작용 우려

④ K철도차량, 산업 상생ㆍ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은?


 

▲ 봄바르디어가 제작한 독일철도(DB) Class 490 전동차. (사진=DB 제공) © 철도경제

 

[철도경제신문=박재민 기자] 대다수 해외 주요국들은 기술 중심 입찰제를 통해 제작사를 선정하고 있다. 여기에 유지보수와 부품공급 권한까지 묶어서 발주하는 턴키 입찰제도도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철도 운영사에선 최저가 낙찰제로 전락한 기술ㆍ가격 분리입찰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철도차량 입찰이 사실상 투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에 따른 피해는 제작사뿐만 아니라 철도차량 부품사에게도 전가되면서 영세한 부품 제작사들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은 고사하고 한국 철도 시장이 위기에 빠진 것이다.

 


사실상 ‘최저가 낙찰제’된 K-철도차량


 

그간 국내 철도업계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부분은 규격ㆍ가격 분리 2단계 입찰제도다.

 

이 방법은 발주처가 입찰사들이 제출한 설계를 비롯, 신용등급 및 납품실적 등을 종합 평가해 기술 적격자를 선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가격을 개찰해 최종 낙찰업체를 선정한다.

 

이 평가는 1단계에서 적격자를 선별할 수 있어 기술력이 없는 제작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지만, 국내 3사는 전동차 구매사업에서 적격자 심사를 탈락한 적이 없었다. 때문에 업계에서 사실상 ‘최저가 낙찰제’라고 꼬집는 이유다.

 

이로 인해 ‘지나친 저가 수주’가 이어지면서 국내 철도차량 시장이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제 살 깎아 먹기’ 수주에 급급하면서 연구개발(R&D) 투자비용을 줄여 국내 철도차량 기술 발전을 저해시킨다는 지적이다.

 

실제 제작 3사 간의 경쟁이 치열했던 2017년과 2018년에 진행된 전동차 구매사업의 평균 입찰가격은 각각 8억 7천만 원, 9억 4천만 원에 불과했었다.

 

업계는 전동차 1량 제작 당가가 14억에서 15억 원 수준이 그나마 수지타산이 맞는 가격으로 보고 있지만, 턱없이 낮은 가격에 낙찰돼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러한 국내 철도차량 시장의 실정을 반영하듯 사회공공연구원 박흥수 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은 “매출 올리기에만 급급하고 기술개발은 뒤로 밀리게 된다면 해외시장에서 한국 철도차량 산업은 공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철도차량 부품 무역현황 및 철도산업 고용유발 계수 (자료=한국무역협회, 한국은행 제공) © 철도경제

 


저가 수주 악몽…수입은 '증가', 국내 영세 부품사는 '줄도산'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써낸 ‘치킨게임’은 국내에 영세한 부품 제작사에게도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계약금 내에서 철도차량을 제작하기 위해 가격이 낮은 부품을 찾아 나섰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국산 부품은 배제되고 해외 제품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기술력이 동등하더라고 한국 철도시장은 유럽과 중국에 비해 규모가 작기 때문에 가격 경쟁이 해외에 밀리는 구조이다.

 

실제 최근 5년간 철도차량 부품 수입액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수출액은 줄어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철도차량 및 부품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부품 수입액은 7673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1억 5717만 달러까지 증가했다.

 

반면 부품 수출액은 2016년 1억 7708만 달러이었지만 지난해에는 7970만 달러로 뚝 떨어졌다.

 

결과적으로 저가 수주는 한국 철도차량 시장을 악순환에 빠지게 만들었다. 더욱이 국내 철도차량 부품사들은 영세한 축에 속한데, 시장 규모가 작고 공급량이 지속적이지 못한 한국 시장에 특성상 부품사들이 철도 하나만으로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이로 인해, 영세한 부품사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관련 일자리도 자연스레 줄어들게 됐다. 한국은행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 7.67명이었던 철도산업 고용유발계수는 2019년에 6.76명까지 감소했다.

 

박흥수 연구위원은 “철도차량 부품사는 안정적인 매출을 통해 시장의 선순환을 정착해야한다”며 “그러나 최저가 낙찰이 반복되면서 제작사는 단가를 맞추기 위해 중국산 저가 제품을 사용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 세계 주요국의 철도차량 입찰제도 © 철도경제

 


해외 주요국, 기술 비중 높여 평가…시장 선순화에 기여


 

국내 철도차량 시장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사실상 최저가 낙찰제인 ‘기술ㆍ가격 분리입찰제도’를 기술평가 비중을 높인 ‘협상에 의한 제도’로 전환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격보다 기술을 중점으로 제작사를 선정한다면, 국내 철도차량 산업의 기술력을 높이고 부품 국산화율을 올려 시장 선순환과 낙수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잘 활용하면 해외 철도시장에도 한국 철도의 위상을 높이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해외와 달리 국내 철도운영사는 가격을 비중 있게 보고 있어 선진국에 뒤처지고 있다”며 “이미 미국과 인도, 브라질은 품질저하를 우려해 저가투찰을 사전에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해외에선 차량을 구매할 때 어떤 방식으로 제작사를 선정해 왔을까?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기술 중심의 종합평가제도로 제작사를 선정해오고 있다.

 

먼저 미국과 이집트는 가격과 기술을 각각 30%, 70%로 점수를 매겨 적격자를 선정한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미국철도협회(AAR) 인증이 있어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사전에 자국 철도환경에 맞는 기술력을 확보해야만 진출할 수 있는 셈이다.

 

대만도 마찬가지다. 기술 80%, 가격 20%의 비중을 두고 점수를 합산해 차량 제작사를 선정하고 있다. 비단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도 이러한 평가로 입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국내 철도기업이 진출한 이집트도 기술점수 70%, 가격점수 30%를 합산한 종합평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A씨는 “이 국가들은 단순히 철도차량을 물품으로 보지 않는다”며 “철도차량은 승객의 안전이 담보돼야 하는 이동수단으로 판단하기에 기술력을 높게 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시장은 낙찰자 선정방식뿐만 아니라 발주방법도 국내와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단순히 차량만 구매하지 않고 다른 분야도 같이 발주하는 프로젝트형 턴키(T/K)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유럽연합(EU) 조달시스템(TED)에 게시된 최근 철도차량 구매사업을 살펴봐도 대다수 부품공급 및 유지보수 권한도 부여하는 턴키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국 캐롤라인대학교 채일권 교수는 “해외 철도차량 시장은 프로젝트 단위로 진행되고 있다”며 “예컨대 차량뿐만 아니라 MRO(소모성자재) 공급이나 유지보수 권한도 포함 시키는 일괄입찰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이어서 3편에 관련기사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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