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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궤도시공, 전문업종인데...면허 등록 지자체가?

장병극 기자 | 기사입력 2020/11/23 [15:09]

[기자수첩] 궤도시공, 전문업종인데...면허 등록 지자체가?

장병극 기자 | 입력 : 2020/11/23 [15:09]

▲ 장병극 기자     ©철도경제

[철도경제=장병극 기자] 한국전문건설협회의 업종별 협의회 중 하나인 철도·궤도공사업협의회에 등록된 회원사는 약 40여 곳. 국내 궤도공사업체 대부분이 가입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동안 철도궤도공사업체는 사실상 베일에 싸여 있었다. 

 

실체를 알고 싶은데 도무지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상당수의 업체는 인터넷 홈페이지조차 없어 기초적인 정보조자 파악할 수 없다.

 

기자가 지난 달에 열린 국회 국정감사자료를 입수해, 국가철도공단에서 지난 5년 간 발주한 궤도공사 관련 낙찰현황을 분석해보니 대략적인 궤도공사업계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었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이지만 아마도 전문지에서 궤도공사업계의 동향을 확인한 첫 시도가 아닌가 싶다. 

 

이 데이터를 가지고 다시 한달 간 몇몇 업체를 수소문해 처음 '대면'할 수 있었다. 기자가 궁금한 건 '소문'만 무성한 궤도업계의 실상이었다.

 

원래도 크지 않은 일부 모체 기업이 문어발처럼 자회사 형식의 법인을 차려서 입찰에 뛰어든다는 소문. 그래서 등록된 업체는 약 40여 곳이지만 실체가 있는 회사는 1/3도 안된다는 소문.  

 

전문업종으로 분류되는 궤도공사업 등록을 하기 위해서는 자격 요건이 필요한데, 실상은 자격 요건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는 소문.

 

틈틈히 취재했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현재 공사업 등록 관련 업무가 지자체 관할인지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데 있다.

 

궤도공사업에 등록하기 위해서 법인은 2억 원 이상, 개인은 4억 원 이상 자본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론 사무실도 갖춰야 된다.

 

가장 중요한게 장비와 기술인력이다.

 

장비는 견인력 25톤의 모터카 1대 이상, 적재하중 10톤 이상의 트롤리 4대 이상, 타이탬퍼 2대 이상, 레일 연결용 특수용접설비 1조 이상, 양로기 1조 이상 등을 보유해야 한다.

 

기술인력은 토목분야 초급이상 건설기술인 2명, 기계분야 초급 이상 건설인 1명, 전기·가스·특수용접기능사 1명을 포함한 관련 종목 기술취득자격사 2명 등 최소 5명을 갖춰야 한다.

 

겉으로 봤을 땐 자격요건이 매우 까다로워 보이지만 실제 궤도공사업에 등록하기 위한 문턱은 그리 높지 않다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술인력도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보유한 것처럼 서류를 구비할 수도 있고, 장비도 중고로 싸게 구입해도 괜찮다고 한다.

 

등록 업무를 맡고 있는 지자체 공무원이 전문성이 없다보니, 서류만 있으면 허가해주게 된다. 어찌보면 진입과정 자체부터 허술하기 짝이 없다.

 

업계가 전반적으로 열악하다보니 신규 철도 건설이 증가하면서 장비와 인력이 모자라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기자가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A업체는 B업체와, 거꾸로 B업체는 A업체와 장비와 인력을 공유한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그나마 가지고 있는 장비도 관리가 제대로 안돼 제대로 쓸 수도 없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특히 모터카의 경우 상황이 심각하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기자가 모터카를 제작하는 업체에게 물어보니 대당 가격이 대략 5억 원 정도라고 한다. 최근 2년 간 궤도공사업체에서 구매를 의뢰한 물량은 5대 내외에 불과했다.

 

좁디 좁은 업계 내부에서 조금만 추적해보면 어느 업체가 모터카를 새로 사는지도 알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제대로 된 모터카를 갖추고 있지 않은 업체가 얼마나 많은지도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사고는 한 순간이다. 고물 모터카는 언제 어디서 사고가 날지 예측할 수 없는 시한폭탄과도 같다.

 

만약 운행선에서 궤도를 보수하다가 사고가 나면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작업장 안전도 확보하기 어렵다.

 

한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큰 업체가 있었고, 기술력과 시공에 자부심을 가진 현장인력들이 내부에 포진해 있었는데 지금은 간판만 걸어놓고 그저 수주 한번 하면 여기저기서 사람과 장비를 끌어와 공사하는 '한탕'주의가 만연하는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누군가는 '궤도공사에 기술이 그리 필요한게 아니다'고 평가절하할 수도 있지만, 궤도는 철도만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인프라이다. 

 

궤도가 있기 때문에 철도라고 말할 수 있다.  

 

기자는 정도(正道)를 걸으며 공사하는 업체, 그리고 현장에서 수십년 간의 경험을 가지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기술자들이 있으리라 믿고 싶다. 궤도 공사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귀로 듣으며 '궤도'에 한발짝 다가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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