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목요일, 철도와 관련된 비사를 꺼내는 <박장식의 2번 출구> 연재가 진행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철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미래의 철도 정책 등에서 배울 점, 또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철도경제신문=박장식 객원기자]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청량리역을 이용할 때마다 열차를 타는 승강장이 바뀌는 기분이 들었을 테다. 

전철을 이용하던 승강장에서 공사가 벌어지더니 어느새 KTX가 멈추는 승강장이 되고, 몇 달 전 KTX를 탈 때 썼던 승강장이 이제는 전철을 타고 내리는 승강장이 되곤 한다.

실제로 청량리역의 열차 타는 곳은 지난해부터 자주 바뀌어왔다. 

한국철도공사는 지난해 11월 청량리역의 KTX, 일반열차가 타고 내리는 승강장을 고상 홈으로 개조한 뒤 이를 경의·중앙선 전철이 쓰는 것으로 바꾸어놓은 데 이어, 지난 8월 1일을 기해 전철 승강장을 저상 플랫폼으로 개조해 만든 새로운 승강장으로 KTX 타는 곳을 바꾸었다.

전철이나 철도의 타고 내리는 곳이 바뀌는 일이 아예 없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멀쩡히 운행되던 노선의 승강장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런 어려운 공사의 이면에는 어떻게든 한정적인 선로의 용량을 마른 수건 짜내듯 확보해야 하는 철도 운영에서의 고충이 묻어나기도 한다.

▲ 8월 1일을 기해 타는 곳이 변경된 청량리역에 관련 안내 표지가 놓여 있다. (사진=박장식 객원기자)     ©철도경제

◆ 승강장 구조 바뀌니 편리한 점도 많아

이번 청량리역 승강장 개편을 통해 달라진 점이 적지 않다.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가 오가던 7번과 8번 승강장은 여전히 무궁화호와 KTX-이음을 위해 쓰인다. 분당선과 경춘선 등 열차가 출발하던 1번, 그리고 2번 승강장도 여전히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바뀐 점도 많다. 개편 이전 경의·중앙선 전철이 오갔던 3번과 4번 승강장은 4번과 5번 승강장으로 바뀌었다. 

하나의 플랫폼에서 상행선과 하행선 열차를 모두 이용하는 이른바 ‘섬식 승강장’에서 서로 마주 보는 다른 플랫폼에서 열차를 타고내리는 ‘상대식 승강장’으로 바뀐 것이다. 

대신 기존 5번과 6번 승강장에서 취급하던 강릉선 KTX가 3번과 6번 승강장으로 바뀌었다. 전철 승강장의 바깥쪽, 즉 외선에 자리하게 된 것이다. 

3번 승강장과 4번 승강장은 각각 강릉·동해 방면 KTX와 구리·양평 방면 경의·중앙선을 탈 수 있게 되었고, 5번과 6번 승강장은 각각 용산·문산 방면 경의·중앙선과 서울 방면 KTX를 타고 내릴 수 있다.

1년에 가까운 공사 동안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이렇게 승강장의 구조가 바뀌니 편리한 점도 많다.

먼저, KTX에서 내려 3층의 역 건물을 거치지 않고도 빠르게 경의·중앙선 열차로, 또는 반대로 환승이 가능하다. 

더욱이 10월까지 5·6번 플랫폼과 1호선 청량리역 사이의 환승 통로가 완공되면 1호선에서도 지하철을 갈아타듯 빠르고 편리하게 KTX를 이용할 수 있다.

◆ 왜 이렇게 자주 바뀔까?

그런데 단순히 이용객의 동선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다는 것만으로는 이번 승강장 대개편의 당위성이 부족하다. 

2019년 한국철도공사가 내놓은 입찰 자료에 따르면 이번 청량리역 승강장 구조 재개편 공사의 사업 추정 규모는 112억 5천만 원.

특히 열차가 오가는 선로 아래에서 지하 환승통로 공사를 해야 하는 안전상의 부담까지 안고 공사가 진행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청량리역 승강장 대개편의 이면에는 어떤 것이 숨어있었을까. 

바로 경원선·중앙선 일대에서 만성적으로 부족한 선로용량의 문제가 있다. 

청량리역 일대의 중앙선과 중앙선 철도 구간은 국내에서 가장 붐비는 철도 구간이다. 통상적으로 하루 163회의 열차가 지나다닐 수 있는 청량리역 인근에서는 하루 최대 157회의 열차가 오가곤 한다. (2019년 기준)

특히 이러한 선로용량 부담에 결정타를 친 것은 2017년 개통된 강릉선 KTX가 있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대비를 위해 개통한 강릉선 KTX는 자주 매진행렬이 이어질 정도로 성공한 노선이지만, 가뜩이나 부족한 중앙선 서울 구간의 선로용량을 더욱 부족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청량리역, 상봉역 등에서 정차 플랫폼을 찾기 위해 벌어지는 평면교차는 같은 편 선로뿐만 아니라 맞은편 선로까지 침범하는 탓에 선로용량에 특히 부담을 준다. 

그 중 충분한 플랫폼이 마련되어 있어 승강장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청량리역에서 이러한 공사가 벌어진 것. 

선로변경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서울역에서 출발한 강릉선 KTX는 청량리역에 정차하는 과정에서 진행 방향의 건너편 선로를 침범해 KTX 승강장으로 향하는 대신, 진행 방향과 같은 승강장에서 승객들을 타고내리게끔 할 수 있게 되었다. 

반대편 선로를 침범하지 않게 되면서 연쇄 지연이나 사고 위험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 개량이 완료된 청량리역 승강장의 모습. (사진=박장식 객원기자)  © 철도경제

◆ 결국은 미봉책

청량리역 승강장 대개편은 선로를 바꾸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평면교차를 줄여 부족한 선로용량을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 한국철도공사의 고민이 반영된 결과물인 셈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실제로 청량리역을 전후한 경원선·중앙선 구간은 한정적인 선로용량에 비해 엄청난 수의 열차가 오간다. 서울 도심의 동서를 관통하는 유일한 일반철도인 탓이다. 

강릉선과 중앙선 KTX, 경춘선 ITX-청춘, 무궁화호, 경의·중앙선 전철, 심지어 최근에는 경춘선과 분당선 전동차까지 중앙선과 경원선의 두 가닥 선로를 쓰고 있다.

심지어 올해 1월에는 중앙선 KTX까지 개통한데다, 이른 시일 안에 동서고속화철도가 개통하면 더욱 많은 열차가 중앙선의 두 가닥 선로를 함께 쓸 것이 자명한 상황. 

하지만 이런 선로용량 부족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인 복복선화 계획은 2000년대 첫 계획이 나왔지만, 추진은커녕 제대로 진척된 부분도 없다.

새로운 노선이 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이 기존 노선의 과밀 관리이다. 

이미 그런 문제가 격화되어 여러 문제가 터져 나오고 있는 만큼,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예타 면제, 우선 착공 등을 통해 사고 위험이 큰 밀집 구간에 대한 우선적인 혼잡 완화 추진이 필요하지 않을까. 

도로의 확장만큼 중요한 철도 노선의 확장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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