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경제신문=장병극 기자] 오는 30일부터 공항철도 직통열차가 다시 달린다. 2020년 4월 코로나19로 인천국제공항 이용 수요가 급감하고, 입국객의 대중교통 이용을 제한하자 운행을 중단한지 약 2년 만이다.
공항철도 일반열차는 공항철도 14개 역에 모두 서지만, 직통열차는 서울역~인천공항1터미널(T1)ㆍ2터미널(T2)를 논스톱으로 잇는 고급형 열차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인 2019년 직통열차 이용객은 하루 평균 5402명이었다. 2007년 최초 개통 당시와 비교하면 약 113배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19년 5월 1일 국내와 해외 연휴기간이 겹쳤을 때에는 하루 7770명이 이용하기도 했다.
직통열차는 6량 1편성으로 T1까지 43분, T2까지 약 50분만에 주파한다. 일반열차와 달리 지정좌석제로 운영하기 때문에 승차권을 구매해야 탈 수 있다. 직통열차 승차권 예약발매 서비스는 지난 12일부터 운영 중이다.
세계 어디서나 온라인 예매 후 'QR승차권'으로 탑승
기자가 지난 20일 직통열차 운행 재개 전 미리 타보기 위해 T2역에 도착했을 때 공항철도 직원이 승차권을 나눠 주었다. 눈에 띄는게 QR코드였다.
공항철도 허동혁 홍보팀장은 "직통열차를 다시 운행하면서, 서비스를 개선했는데 대표적인게 QR승차권이다"며 "세계 어디서나 온라인으로 직통열차 승차권을 미리 예약한 후,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는 QR승차권만으로 직통열차를 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통열차 외관 색과 같은 주황색 게이트에 QR코드를 찍고 열차에 올랐다. 객실 내부는 1열당 4개 좌석이 있었다. KTX를 타는듯 하지만, 좌석 간격이 훨씬 넓고 내부가 갑갑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고급형 열차인 직통열차에는 안내 승무원이 탑승하며, 승객에게는 생수ㆍ손소독제 등도 제공한다.
시운전 열차에 동승한 승무원 이한솔씨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 직통열차 승무를 하다가 직통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일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씨는 "2년 동안 일반열차로 임시운행했던 직통열차에 올라 유니폼이 아닌 사복을 입고 일반승객을 안내하는 업무를 맡았었다"며 "다시 2년 만에 직통열차 승무 업무를 시작하게 돼 가슴이 벅차다. 5월 30일이 빨리 오길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통열차 내부에는 휠체어에 탑승한 장애인이 승차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열차가 고상홈에 대응하기 때문에 리프트없이 바로 열차에 올라 곧장 휠체어석으로 이동할 수 있다. 또 비장애인과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게끔 넓게 만든 화장실도 갖추고 있다.
6호차에는 아이들과 함께 타는 승객들을 위해 '키즈존'을 따로 설치해 운영한다. 공항철도 이지은 과장은 "50여 분간 직통열차를 이용하는 승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세심하게 살피고, 승객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고속화사업 힘입어 속도 150km/h로 높여 '2024년엔 9편성 추가 투입'
T2역을 출발하기 시작한 직통열차는 약 5분만에 T1역에 도착했다가, 다시 서울역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허 팀장은 "직통열차는 시속 120km급으로 설계됐는데 실제 최고 운행속도는 100km 정도, 표정(평균) 속도는 80km 내외다"며 "오는 2024년경 새로 제작한 9편성을 추가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국토부가 확정ㆍ고시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공항철도 고속화사업'이 포함됐다. 오는 2030년까지 열차 최고 운행 속도를 현재 110km/h에서 150km/h까지 높이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호시스템을 개량하고 열차도 추가로 제작해야 한다.
국토부의 구상은 기존 운행선을 GTX급 수준으로 개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투자 비용을 최소화해 공항철도를 GTX 노선으로 탈바꿈시키겠다 것.
공항철도는 지난해 1810억 원 규모의 150km/h급 열차 9편성(54칸) 신규 구매사업을 추진해 현대로템을 제작사로 선정했다. 새로 도입하는 차량은 가ㆍ감속 성능이 GTX 전동차보다 뛰어나고, 소음ㆍ진동은 일반 전동차보다 낮게 만들 계획이다.
이번 고속화 사업이 마무리되면 서부권 신도시 인구 증가에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출퇴근 시간대 열차 운행 간격을 4분대로 줄이고 역사 승강장 및 차내 혼잡도도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열차에 없는 BHS 갖춰 "직통열차로 항공화물탑재용기 운송"
이 날 시운전을 하는 직통열차에는 1년차 신입기관사도 함께 탑승했다. 아직 직통열차를 운전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을 맡은 공항철도 관계자는 "직통열차는 일반열차와 달리 수하물 핸들링 시스템(BHS)을 갖추고 있어 별도의 교육이 필요하다"며 "이 밖에 신입 기관사들이 정차역을 확인하고, 이례상황 발생 시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시운전하는 직통열차을 직접 타면서 훈련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시운전 과정에서 예정보다 5분 정도 연착한 직통열차는 10시 20분쯤 서울역 지하 7층 직통 전용 승강장에 도착했다. 기자는 직통열차 운행 재개일에 맞춰 다시 개장하는 서울역 도심공항터미널도 둘러봤다.
국내에서 열차와 연계한 항공용 수하물 처리시스템을 갖춘 곳은 공항철도가 유일하다. 직통열차는 도심터미널-인천공항 간 항공화물 탑재용기(ULD) 운송 역할도 담당한다.
이용객이 서울역 도심공항터미널에서 미리 체크인하고 수하물을 맡기면, 자동화된 항공화물 처리시스템에 따라 ULD로 옮겨져 직통열차 6호차에 싣게 된다.
美 교통안전청, 서울역 도심공항터미널 '보안 우수' 평가
도심터미널에서는 당일 인천공항 출발 국제선 항공편을 이용하는 승객이 탑승수속ㆍ수하물위탁ㆍ출국심사를 미리 할 수 있다.
직통열차 이용객은 QR승차권으로 도심터미널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고, 탑승 수속 과정에서 번거롭게 승차권을 꺼내 확인받을 필요도 없다. 또 직통열차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전용 출국통로를 이용해 바로 출국장으로 나갈 수 있다.
도심터미널을 운영하는 스위스포트 남혜우 매니저는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에 도심터미널에서 약 29만 여명이 탑승수속을 했다"며 "직통열차 승객은 도심터미널에서 3시간 전까지 수속을 마치면 된다"고 설명했다.
남 매니저는 "항공 수요가 회복됨에 따라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 등 국적선부터 먼저 오픈한다"며 "다만 대한항공만 내부규정때문에 미주노선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19 이전엔 대한항공ㆍ아시아나항공뿐만 아니라 제주항공ㆍ진에어ㆍ티웨이항공ㆍ이스타항공 등 6개 항공사가 있었다.
미주노선을 취급하는 서울역 도심공항터미널은 미국 교통안전청(TSA)으로부터 '보안검색 등 시스템이 매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BHS 내부구역은 허가받은 직원만 출입할 수 있고, ULD 취급 절차도 까다롭다.
남 매니저는 "카운터에 19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도심터미널 전체 직원이 59명이나 된다"며 "터미널 재개장 전까지 승객 안내 및 BHS 등을 최종 점검해 승객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이후 4월 18일부터 한달 간 공항철도 이용객 수는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39.4% 증가했다. 2019년과 비교했을 때 86.1% 수준으로 수요를 회복했다.
김경순 미래사업단장은 "일반열차의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자 지난해 11월, 서울역 방면 계양역 승강장을 7.5m 확장해 혼잡도를 개선했고, 내년 5월 완공을 목표로 검암역 승강장 확장공사도 착수했다"며 "이번 직통열차 운행 재개 시점에 맞춰 QR승차권 온라인 예매시스템을 도입해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등 대한민국 관문 철도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