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철도의 날에서 금탑산업훈장을 받는 세종기술 송진호 회장.
2022 철도의 날에서 철탑산업훈장을 받는 세종기술 송진호 회장.

[철도경제신문=장병극 기자] 올해 철도의 날에서 철탑산업 훈장을 받는 세종기술 송진호 회장. 1985년 회사를 창업한 그는 국내 전기철도 설계ㆍ감리분야의 산증인이다. 

경부ㆍ호남선과 강릉선 등 주요 고속철도, 서울 2기 지하철부터 초창기 부산ㆍ대구ㆍ인천ㆍ대전ㆍ광주도시철도 그리고 경전철에 이르기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 노선이 없을 정도다.

세계 2번째로 실용화한 인천자기부상열차는 세종기술이 기계연구원과 연구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설계와 감리를 맡았다. 국내 최대 트램사업인 대전 2호선도 세종기술의 이름이 걸려 있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철도사업엔 늘 세종기술과 송진호 회장이 있었다. 

송 회장은 전기공학을 전공해 5년여 간 철도분야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34살 무렵 세종기술을 세웠다. 17명으로 시작했던 회사는 이제 200명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지난 4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오직 기술자로만 살아온 걸 큰 보람으로 느낀다"며 "손주들과 고속열차를 타면 이 좋은 철도를 만든 사람이 할아버지라고 자랑한다"고 운을 뗐다.

송 회장은 "아내와 오대산쪽에 자주 가는데, KTX-이음을 타면 1시간 20여 분만에 간다"며 "차비가 2만원도 되지 않는다. 청량리역에서 집까지 가는 택시비보다 싸다"고 웃었다

송 회장은 "아내가 '사람들이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을 당신이 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말한다"며 "사업을 하면서 바쁘게 살다보니 가정에 충실하지 못해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아내에게 이런 얘기를 들으니 내가 국내 철도SOC 발전에 힘을 보탰다는 걸 실감하게 돼 뿌듯하다"고 말했다.

철도개량사업은 세계적 추세, 시스템분야 기술 확보해야

세종기술이 현재 수행 중인 설계분야 사업만 29개, 감리분야는 20여 개에 이른다. 철도사업 대부분에 참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외 철도사업 실적도 만만치 않다. 지난 2013년 시작한 네팔 전기철도사업을 비롯, 네팔 고속철도, 알제리 지하철 1호선,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타당성조사 용역,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수라비아 철도 증속 예비타당성조사 용역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국내 기관ㆍ엔지니어링기업과 손잡고 수행했다.

지난 2020년에는 5조 원 규모의 터키 할칼리~게브제 간 고속철도 민간투자사업 수주를 위해 국가철도공단 등 기관과 국내 건설(CI)ㆍ재무(FI) 투자자들로 '리딩팀코리아(Leading Team Korea)'를 구성했는데, 전기철도 설계분야를 세종기술이 도맡았다. 

최근엔 설계분야 사업비만 3조 원에 육박하는 폴란드 고속철도 프로젝트에 힘을 쏟고 있다.

송 회장은 "폴란드는 지정학적으로 유럽의 중심에 있는데, 이곳에 한국의 철도시스템이 먼저 깃발을 꽂을 수만 있다면 유럽 시장 진출에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전략적으로 폴란드를 공략한다면 한국산 철도시스템이 유럽 전체로 뻗어나갈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송 회장은 지금이 해외 철도시장 진출에 있어 '터닝 포인트'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유럽을 너무 높게 생각하는 것 같다"며 "실상을 보면 한국보다 엔지니어가 더 없고, 대부분 해외사업에 치중하다보니 인도 등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에서 인력을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아직도 고속철도, 경전철 등 사업이 많지만, 유럽은 국내 사업이 없다보니 자국 내 기술자를 제대로 양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또 일본ㆍ프랑스 등은 인건비가 비싸고, 중국은 기술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고 기술력을 가진 한국이 유리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 차원에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송 회장은 "일본은 자금이 풍부하고,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해외 철도사업에 '돈'을 쏟아붓는데, 한국은 외환을 가져와서 철도사업을 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자가 비싸다 보니 철도 설계, 토목, 시스템을 아우르는 패키지 사업 수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해결책이 있는지 묻자 송 회장은 "한국은 기술집약적인 시스템 중심 분야로 나가되, 토목같은 분야는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중국 등과 파트너십을 맺어 진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국내를 넘어 국가 차원에서 팀워크를 발휘해야만 유럽을 상대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해외 진출에 있어 토목분야도 중요하겠지만 시스템 분야에 공을 들여야 한다"며 "전기분야의 경우 20년이 지나면 기계적으로 수명을 다해 교체 시기가 도래하는 만큼 지속적으로 수요가 만들어 진다"고 힘주어 말했다.

송 회장은 "나라마다 기존에 구축된 노선은 많은데, 더 안전하고, 속도를 높이는데 관심을 보인다"며 "결국 개량분야의 수요가 커진다는 말인데, 전기철도를 비롯한 시스템분야가 이익 창출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기술 송진호 회장. / 철도경제
세종기술 송진호 회장. / 철도경제

"산학연 연구클러스터 조성, 국가적 차원에서 인재 육성해야"

시스템분야에서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핵심 인력과 경쟁국을 앞지를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송 회장은 "국가가 나서 기술진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대학을 졸업한 후 20~30년 동안 기관에서 근무하며 충분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기업으로 오는 경우가 많고, 젊은 인력은 부족한 편"이라며 "대학 졸업 후 처음부터 기업에서 뿌리를 내리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현실을 진단했다.

그러면서 "철도가 특수 분야이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의지를 가지고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지 않으면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송진호 회장은 연구개발사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기관ㆍ기업 간 벽을 넘어 유연한 소통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송 회장은 "인도에 RDSO가 있는데, 모든 연구원과 R&D 참여업체가 한 곳에 모여 있으면서, 철도ㆍ도로 등 각 파트별로 연구를 진행한다"며 "국내는 기계, 전기, 철도, 그리고 각 회사별로 서로 다른 곳에서 연구를 하다보니 소통이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고, 가성비도 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산ㆍ학ㆍ연이 모여 클러스터를 만들어서 해외사업 진출을 목표로 함께 연구하고,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유기적인 구조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체계적으로 인력을 육성함과 동시에 산업체와 연구소 간 상호 소통할 수 있는 밑그림을 그려 나가야만 기술개발을 통한 해외진출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게 송 회장의 지론이다.

"유라시아 실크로드에 한국 철도시스템 깔고 싶어"

송진호 회장은 "철도차량과 시스템분야을 우리 기술로 개발하고,  유라시아 실크로드 철도에 한국의 철도시스템을 깔아 개통하는걸 직접 보고 싶다"고 했다.

송 회장은 "산을 좋아해서 전 세계 산을 많이 다녀봤다. 네팔 동서라인 전기철도사업도 '산'으로 맺어진 인연"이라고 했다. 태국, 베트남뿐만 아니라 발주를 앞두고 있는 카자흐스탄까지 등산을 하러 갔다가 현지에서 철도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고 한다.

송진호 회장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을 항상 되새긴다.  

송 회장은 "산을 통해 만난 사람들과 소통하다가 언젠가 하게 될 철도사업에 결국 진출하게 됐다"며 "스스로 마음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인생관도 달라진다"고 했다.

그는 "경부고속선을 건설할 당시, 프랑스 알스톰사 직원들과 저녁을 먹는데 한국에서 IMF가 터졌다는 말을 접하고 수근수근거리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어렵게 고속철도를 도입해 이제 수출단계에 이르는걸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제 철도에 발을 내딛는 젊은 세대가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해줬으면 한다"며 "자기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르고자 부단히 노력한다면 한국 철도가 제2, 제3의 전성기를 맞이할 때, 중심에 있는 '나'를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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