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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우의 플랫폼] 도시철도채권, 도시철도의 재무적 구원군

전현우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1/05/27 [09:00]

[전현우의 플랫폼] 도시철도채권, 도시철도의 재무적 구원군

전현우 객원기자 | 입력 : 2021/05/27 [09:00]

= 각기 다른 사정과 목표를 가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단 한 편의 열차를 타고 움직이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 그리고 이런 풍경이 매일같이, 거대 도시와 광역망, 전국망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단순한 사실. 이 사실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이 사실을 가능하게 만든 제도·역사·지리·경제·공학을 되짚어 보는 것. 또한 철도가 이들에게 다시 돌려준 것들을 살펴보는 것. 바로 <플랫폼>의 목적이다 =

 

[철도경제=전현우 객원기자/서울시립대 자연과학연구소] (지난호 이어 계속) 하지만 이런 희망은 지옥철의 인파 속에서도 현실이 되지 못한다.

 

‘지옥철’ 속에서도, 도시철도의 재무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그림 4'는 서울 도시철도가 당기순손실을 벗어난 해가 지난 15년 동안 한 해도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 그림 4. 서울 도시철도의 통합 수지, 2007~2020.   © 전현우 객원기자

 

코로나19는 물론 2020년의 당기순손실을 2019년보다 두 배 늘렸다는 점에서 중대한 요인이지만, 이러한 손실은 운임 동결에 따라 2017년부터 매출이 늘지 않아 이미 2016년에 비해 1.3배 정도 증가한 상태였다. 

 

당기순손실의 원천은 대체로 감가상각비(2019, 2020년 약 3900억 원)처럼 당장의 현금 유출은 없는 요인이긴 하지만, 감가상각비 역시 언젠가는 지출해야 할 돈이라는 사실 또한 변하지는 않는다. 

 

설비가 낡아감에 따라, 이들 손실은 실제 지출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당기순손실은 그대로 결손금으로 쌓인다. 서울교통공사의 2020년 현재 누적 결손금은 16조원에 달하며, 이는 이 회사의 자본금 21조원의 77%에 달한다(그림 5). 

 

▲ 그림 5. 서울 도시철도의 통합 자본금 및 결손금 규모, 2007~2020.  © 전현우 객원기자

 

자본금 대비 결손금의 비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하든 그렇지 않든 이 비율은 매년 대략 1%씩 꾸준히 올라갔다. 

 

코로나19 위기가 해소되더라도, 수요 회복은 생각보다 더딜 것인 이상, 이 비율은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다. 

 

서울시가 교통공사의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택한 방법은 조례 개정이다.

 

이 회사는 서울시 조례에 근거하여 성립하는데, 이 조례의 제4조는 수권자본금, 즉 증자를 통해 도달할 수 있는 자본금의 최대 액수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당국은 이 회사의 자본잠식을 막기 위해 이 조례를 개정하고 있다(최근 개정은 2021년 1월). 

 

그런데 수권자본금은 어디까지나 권리상의 액수일 뿐이며, 실제로는 납입자본금을 투입해야 논의가 전개되는 것이 사실이다. 

 

시는 과거 서울메트로 시절부터 토지 자산을 재평가하여 자본을 약 2조원 정도 더 증액시키는 식(2013년)으로 납입자본금의 액수를 증액하였다. 

 

시는 꾸준히 현물과 현금 출자를 계속하고 있다. 결국, 당기순이익이 발생하는 그 날까지는, 현물과 현금 출자를 통해 날이 갈수록 증식하는 결손금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는 게임은 계속될 것이다.

 

핵심은 이것이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옥철이 일상인 서울 도시철도조차, 철도의 오늘을 유지하기에 빠듯한 비용만을 운임으로 벌어들이고 있는 상황을 벗어난 적이 없다. 

 

도시철도의 내일을 보장하기 위한 돈(감가상각비), 그리고 도시철도의 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돈은 서울조차도 운임으로 거둬들여본 적이 없으며, 막대한 자본에 버금가는 규모의 결손금은 지금도 증식하고 있다. 광역시 도시철도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구원군의 역할을 긴 기간동안 수행하였던 것이 바로 도시철도채권과 같은 채권의 운용이었다. 

 

교통공사나 그 전신인 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에 투입되었던 정부보조금은 모두 1천억 원 미만이었고, 그나마도 간헐적으로만 지급되었다. 

 

이 돈만으로는 도시철도가 암흑의 콘크리트 동굴로 변하는 상황을 막기 어려울지 모른다. 

 

수명이 다한 궤도·전기·신호·차량·기계 등을 교체하고 에스컬레이터나 스크린도어같은 새로운 기계장치를 설치하는 작업에만 8천억 원 규모의 예산(자본예산 항목, 2021)이 투입될 정도로 자본 집약적인 산업이 도시철도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나 교통공사의 직접적인 진술을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매년 계속될 수밖에 없는 이런 대규모의 투자에 그동안 쓰였던 것이 바로 도시철도채권을 통해 확보된 자금으로 보인다. 

 

영업비용 증가 없이 운임수익을 8천억 원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대규모의 운임 인상 뿐이지만, 이는 물가나 시민들의 불편을 감안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는 작업이다. 

 

5공 당시의 경제관료들이 일몰 조건을 달아 도시철도채권을 운영에도 쓸 수 있게 입법했던 의도는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이들은 도시철도의 확대와 함께 승객도 늘고, 자연스럽게 서울 도시철도가 운임으로 철도의 오늘과 내일을 모두 책임질 수 있는 상황이 찾아올 것이며, 도시철도채권과 같은 비상한 수단은 곧 그 역사적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도시철도의 재무제표는 이러한 전망과는 거리가 먼 값을 보여주고 있고, 당기순손실은 그칠 줄 모르며 결손금은 그만큼 매년 증식하고 있다. 

 

40년 째 이어지는 도시철도의 손실은 도시철도채권과 같은 비상한 수단의 수명도 함께 계속해서 미래로 연장시키고 있는 중이다. 

 


다만, 2018년 5천억 원에 달했던 공채의 발행 액수는 2019년부터 급격히 줄고 2020년에는 0이 되었으며, 빈 틈은 회사채를 발행(2020년 7천억 원)하여 메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20년의 기록적인 저금리(기준금리 0.5%)로 인해 채권 발행이 매우 쉬워졌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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