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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식의 2번출구] 승강장 높이 맞추는데, '문' 규격은 언제쯤

사회적 비용 커지기 전 빠른 해결 필요해보여

박장식 객원기자 | 기사입력 2021/05/27 [16:46]

[박장식의 2번출구] 승강장 높이 맞추는데, '문' 규격은 언제쯤

사회적 비용 커지기 전 빠른 해결 필요해보여

박장식 객원기자 | 입력 : 2021/05/27 [16:46]

=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목요일, 철도와 관련된 비사를 꺼내는 <박장식의 2번 출구> 연재가 진행됩니다. 국내는 물론 해외의 철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통해 미래의 철도 정책 등에서 배울 점, 또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점이 있는지 살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

 

[철도경제=박장식 객원기자] 올해부터 운행을 시작한 KTX-이음은 기존 열차와 다른 차별점을 가지고 있다. 

 

일반열차에서는 누리로에 이어 두 번째로 고상 플랫폼에서 승하차를 취급한다는 것인데, 제천역, 안동역 등 주요 정차역마다 고상 승강장(플랫폼)을 설치해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데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약 500mm 높이의 저상 플랫폼에 견주어 볼 때 1135mm의 고상 플랫폼이 가지는 이점은 적지 않다. 당장 장애인ㆍ노약자 등도 단차 없이 열차를 편리하게 타고 내릴 수 있으며 승객들 역시 계단을 오르내릴 필요가 없어 승하차 시간이 절약돼 열차 지연을 줄일 수 있다.

 

고상 플랫폼을 통한 여객 취급은 지난 1974년 광역철도에서 시작했으며 일부 일반열차 정차역에서도 고상 플랫폼으로 여객을 취급했었다. 문제는 광역전철과 일반열차가 여전히 같은 플랫폼을 쓸 수 없다는 점이다. 광역전철의 출입문 규격과 일반열차의 출입문 규격이 다른 탓에 기껏 설치한 고상 플랫폼의 이점을 살릴 수 없다는 큰 문제가 있다.

 

▲ KTX-이음은 고상 플랫폼에 정차할 수 있도록 설계했지만 기존 전동차 승강장에서는 정차할 수 없다.  © 박장식 객원기자

 

◆ 광역전철 세우자니 일반열차 못 서고…

 

국내에서 운행하는 일반열차 한 량당 길이는 약 23.5m. 그에 반해 광역전철이나 ITX-청춘 등의 열차 한 량당 길이는 20m 정도다. 출입문 역시 일반열차와 광역전철의 위치가 상이한데다, 고상 플랫폼 대응이 되는 일반열차라고 해도 철도차량마다 출입문 위치가 달라 표준화가 어려운 실정이다.

 

물론 스크린도어가 없던 과거였다면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을 테다. 문제는 수도권의 모든 전철역에는 승강장안전문(스크린도어)이 설치됐으며, 이미 설치된 승강장은 고집스럽게 광역전철의 규격에만, KTX-이음의 규격에만 맞춰둔 탓에 규격에 맞지 않는 열차가 정차한다면 ‘비상문’으로 타고 내려야 하는 촌극이 벌어진다.

 

출입문의 위치가 각각 다른 탓에 고상 플랫폼으로 규격을 통일함에 따라 얻을 수 있는 공사비 절감, 정차역 증대의 효과를 한국에서는 누리지 못하고 있다. KTX-이음이 오가는 영주역이나 안동역 승강장에서 광역전철 차량이 멈출 수 없고, 반대로 신길역이나 노량진역 승강장에 KTX-이음이나 누리로 열차가 설 수 없다.

 

이런 상황이니 고상 플랫폼으로 높이를 통일시켜놓고도 정작 중요한 출입문 규격을 통일시키지 않아 또 전철 승강장을 나누고, 일반열차 승강장을 나눠야 한다. 당장 부발역 승강장이 KTX-이음을 맞이하기 위해 추가 승강장 개설 공사를 진행하는 실정이다. 규격 하나 통일시키지 않은 비용을 철저히 치르는 것이다.

 

▲ 광역전철 승강장에 설치된 스크린도어. KTX-이음에 맞지 않다. © 박장식 객원기자

 

◆ 기껏 깔아놓은 기반시설을 엎는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일반열차와 광역전철의 출입문 규격이 현상 유지된다면 득보다 실이 많다.

 

저상 플랫폼을 뜯어 고상 플랫폼으로 올리는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이중으로 승강장을 설치하는 비용마저 들 수밖에 없다. 이미 출입문 규격이 맞지 않아 기반시설을 다시 지어야 하거나, 해당 구간을 다시 시공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 늘어나는 사례가 생겨났다.

 

올해 개통하는 중부내륙선의 경우 해당 노선과 바로 직결되는 경강선 역에 광역전철에만 대응할 수 있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탓에 이용객들이 불필요한 시간적 손해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기존 경강선 전철역에 KTX-이음 승하차가 가능한 설비가 없는 탓에 이천에서도 멀리 떨어진 부발역과 충주역만을 오간다. 결국 시민들이 판교나 수도권으로 가려면 두 번 이상 열차를 갈아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한다.

 

부산 부전역과 창원 마산역을 잇는 경전선 신선 사업도 마찬가지다. 당시 스마트레일은 스크린도어를 공사하면서 KTX-이음 규격에만 맞는 스크린도어를 설치했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에서의 요구 끝에 해당 구간에서의 광역전철 운행이 가시화되자 기껏 지어놓은 스크린도어를 모두 재시공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렇다고 한국철도공사가 KTX-이음을 마지막으로 전국 기차역의 고상 플랫폼 도입 사업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

 

올해부터 새로이 도입되는 시속 320km급 고속열차 역시 고상 플랫폼에 대응이 가능한 설비를 미리 설치한다는 계획인데다, 주요 역을 대상으로 고상 플랫폼을 설치해 KTX-이음, EMU-150 등 새로운 열차의 정차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규격의 ‘표준화’가 중요한 이유는 비용을 절감하고 혹여나 있을 변수에 쉽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준화를 ‘진행하다 말면’ 비용 절감은 커녕 이중지출이 될 수밖에 없다. 철도 현장에서의 더욱 많은 이중지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철도 관계 기관들이 철도차량의 규격 표준화에 최대한 빠르게 관철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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