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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전라선 SRT 투입 강행, 불 붙는 코레일-SR통합

코레일-SR 분리 5년 차, 알짜노선 SR 독점구조 "코레일 적자만 쌓여"
SR 업무 상당수 코레일 중복ㆍ위탁, 합치면 600억 아껴 "신차 구매없이 KTX 증편 가능"
전라ㆍ경전ㆍ동해선 승객, 원하는건 강남접근성 '한시면허 주며 SRT 운행 필요하나?'

장병극 기자 | 기사입력 2021/06/07 [19:40]

[이슈] 전라선 SRT 투입 강행, 불 붙는 코레일-SR통합

코레일-SR 분리 5년 차, 알짜노선 SR 독점구조 "코레일 적자만 쌓여"
SR 업무 상당수 코레일 중복ㆍ위탁, 합치면 600억 아껴 "신차 구매없이 KTX 증편 가능"
전라ㆍ경전ㆍ동해선 승객, 원하는건 강남접근성 '한시면허 주며 SRT 운행 필요하나?'

장병극 기자 | 입력 : 2021/06/07 [19:40]

▲ 수서역에 대기 중인 SRT(사진 왼쪽)와 서울역에서 출발 대기 중인 KTX-산천(사진 오른쪽)  © 철도경제

 

[철도경제=장병극 기자] 정부가 SR에 한시적 면허를 발급해 전라선 구간에 대한 SRT 투입을 기정 사실화하면서, 한국철도(이하 코레일)와 SR 간 통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치적 이해관계로 접근할 사안이 아니라, 수서발 고속철도(SRT) 개통 5년 차에 접어든 시점에서 고속철도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최적안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코레일과 SR을 분리 운영해 경쟁체제를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와 달리, 도리어 코레일에게 적자 노선만 계속 떠넘겨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결과적으로 철도안전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제4차 철도산업발전기본계획(2021-2025)'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연내 계획이 마련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철도안전, 이용자 편의, 요금, 철도산업 발전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 철도산업 구조문제를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마디로 코레일-SR 통합은 '아직' 확정된게 없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 SRT 개통하며 서울ㆍ수서로 승객 나뉜 고속철도, 코레일 적자 되려 커져

 

문재인 정부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코레일-SR 간 통합' 과제는 출범 4주년이 지나도록 답보 상태다. 지난달 10일 취임 4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고속철도 운영기관 통합 논의는 여전히 빠져 있었다. 

 

지난 2013년 정부는 철도산업발전방안을 수립하며, 수서발 고속철도의 분리 운영을 결정하고 ▲철도서비스에 대한 선택권 확대 ▲철도부채 급증 및 누적적자 부담 경감 ▲철도시장 확대 계기로 활용 등 기대 효과를 제시했다.

 

실제로 SRT 개통 이후 고속철도 이용객의 강남지역 접근성이 향상됐고, KTX보다 10% 저렴한 운임을 제공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고속철도 건설부채 상환재원인 선로사용료가 늘어나 이자상환율이 높아지면서 국가철도공단의 부담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 현재 SRT 운행 구간도. 정부가 경쟁체제 도입을 이유로 2013년 수서발 고속철도 분리 운영을 결정함에 따라 수서-지제 간 수서고속철도 노선은 SRT만 운행할 수 있고 코레일의 KTX는 운행할 수 없다. (자료-SR홈페이지)  © 철도경제

 

하지만 건설부채 부담이 낮아진 이유가 SR 분리 운영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모 기관 관계자는 "SRT 개통 이후 선로사용료 수익이 증가한 것은 맞지만, 이는 경쟁체제 도입의 효과라기보다 소위 '알짜'로 불리는 수서고속철도의 수요 자체가 많기 때문"이라며 "운영사가 나뉜 상태에서 이용객이 서울·광명역-수서역으로 분산되면서 코레일 입장에서는 오히려 승객을 뺏기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코레일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영업 흑자를 달성했지만, SRT가 개통한 이후 적자로 돌아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영업실적이 더욱 악화되며 1조 20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당초 비교경쟁체제를 도입해 비용절감 및 수입증대로 연간 5000억원이 넘는 코레일의 적자를 해소시키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진 대목이다.  

 

◆ 아쉬울때만 코레일 찾는 국토부 "적자노선 운영해라"

 

SRT 개통으로 코레일의 매출은 줄었는데 국토부는 적자를 줄이라고 종용하면서, 한켠에선 도무지 수익이 나지 않을 것 같은 노선까지 떠넘겼다.

 

경강선 성남-여주 구간, 동해선 부전-일광 구간, 포항-영덕 구간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정부는 본격적으로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 이 노선들에 대해 새로운 운영자가 맡게끔 입찰을 추진했다. 하지만 적자가 뻔한 비수익 노선들을 맡을 신규 운영사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당초 정부는 코레일의 영업적자가 누적돼 운행 감소가 불가피했던 벽지노선도 저비용 구조로 안정적인 철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신규 운영사가 없는 상황에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코레일은 3개 적자 노선을 맡아야만 했다.

 

철도 운영기관의 적자가 누적되면 투자여력이 위축돼 노후차량 교체, 역사ㆍ설비 등 안전시설물 개량을 위한 비용 지출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는 코레일뿐만 아니라 도시철도를 비롯한 전국 철도운영기관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숙제이다.

 

▲ 동해선 건천역을 출발하는 무궁화호(RDC). 대표적 벽지노선인 영동ㆍ태백선 등을 비롯해 전국 국가ㆍ광역철도의 상당수가 적자노선이지만 지역균형발전, 지역 경제활성화 등을 이유로 운영비의 일부(PSO)만 국가로부터 보조받아 코레일이 열차를 운행한다.  © 철도경제

 

한 운영기관 관계자는 "경영이 악화돼 차량교체ㆍ시설개량에 선제적으로 투자하지 못하면 안전을 확보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코레일-SR 간 고속철도 분리 운영이 원래의 의도와는 달리 결과적으로 안전을 저해하는 구조로 귀결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기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SR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당수의 업무를 코레일에 기대고 있는 측면이 많기 때문에 정부가 노렸던 철도산업ㆍ시장 확대라는 목적도 제대로 달성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SR은 열차 운전 업무를 담당하고 수서ㆍ동탄ㆍ지제 등 3개의 전용역과 고속차량 10편성을 보유하고 있다. 총 33편성 중 22편성은 코레일로부터 임대받은 차량이다.

 

▲ 2015년 4월 호남고속철도 개통 당시 코레일은 22편성을 도입해 'KTX_산천'으로 운행하다가 2016년 12월 9일부터 SR에 임대했다. SR이 자체보유한 차량은 10편성이다. SR이 자체보유한 차량의 정비는 코레일 호남차량정비단에서 맡고 있다.  © 철도경제

 

차량정비 및 예발매 등 전산시스템, 관제, 시설보수, 사고복구, 열차 내 승무서비스(코레일관광개발), 고객센터 운영(코레일네트웍스), 청소 및 객실비품 관리(코레일테크) 등 나머지 업무는 사실상 코레일 및 자회사들이 위탁 운영하는 구조이다. 

 

운영기관 관계자는 "SRT 운영을 위한 전체 업무를 비율로 따져보면 코레일 90%, SR 10% 수준이다"며 "정부가 말하는 일자리 창출 효과도 철도시장 확대가 아닌, 단순한 조직 분리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 강남접근성 강점, SR에게만 쥐어준 수서고속철...KTX 들어가면 안되나

 

▲ SR 주주 구성도. 코레일이 41%, 사학연금 31.5%, IBK기업은행 15%, KDB산업은행 12.5% 등이다. 코레일이 대주주로 지분이 가장 많지만, 별개의 회사로 운영된다. (출처=SR홈페이지) © 철도경제

 

실상 코레일에 의지해 SRT 고속열차가 다니는 셈인데, 공식적으로는 운영사가 둘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비효율성이 발생하게 된다.

 

'철도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산업 구조평가 연구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KTX와 SRT의 분리 운영으로 연간 559억 원에 달하는 거래비용이 추가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에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박상혁 의원(더불어 민주당, 경기김포을)은 "코레일과 SR을 통합하면 고속열차 운행을 하루 최대 52회까지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코레일-SR 통합 시 연평균 매출이 약 3100억 원 늘어 수서착발 고속철도가 (자연스럽게) 마산, 전주, 순천, 포항까지 운행하는 등 국민 편익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재 고속철도 운영사가 달라 선로 사용을 두고 배분한다"며 "이렇게 되면 KTXㆍSRT 투입 시간을 나누기 때문에 시ㆍ종착점에서 바로 영업에 투입하지 못하는 등 열차 대기 시간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많은 비용을 들여 건설한 고속철도 인프라(선로 용량)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철도노조측은 "KTX와 SRT가 통합되면 운영 효율성이 높아져 신규차량을 추가 도입하지 않고도 운행횟수와 좌석공급을 늘릴 수 있다"며 "코레일도 매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SRT처럼 KTX도 10% 운임 할인까지 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 SRT 수서역 내부.  2019년 여론조사기관 분석 결과에 따르면 수서역 이용객의 80% 이상이 강남권 주민이며, SRT 이용객의 91%는 '강남접근성'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철도경제

    

그렇다면 경쟁체제를 도입한 주된 기대효과 중 하나인 철도서비스의 질은 얼마나 높아졌을까?

 

서울역에서 만난 KTX 승객 A씨는 "수서역갈 땐 SRT를, 서울역갈 땐 KTX를 타는 것일뿐 이용객 입장에서 운영사가 다르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겠냐"며 "수도권 지하철은 운영기관이 달라도 서로 환승도 되고 편한데, KTX와 SRT는 승차권을 구매ㆍ변경한다거나 환불받을 때 앱이 달라 번거로운 점도 있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기관인 케이스탯이 지난 2019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서역 이용객의 80% 이상이 강남권 주민이며, SRT를 이용하는 이유도 응답자의 91%가 '강남 접근성'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사실상 KTX와 SRT가 경쟁을 벌이는 천안아산-부산ㆍ목포 구간에서는 전체 고속철도 이용객의 15%만 SRT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관계자 A씨는 "수서고속철도라는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SR로 굳이 분리시켜 운영하지 않더라도 강남지역 접근성은 향상된다"며 "강남지역 고속철도 서비스를 코레일이 제공하느냐, SR이 제공하느냐의 차이일뿐인데 지금은 SR이 독점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기관 관계자 B씨는 "(상대적으로 차량수가 적은) SRT 투입을 늘리면 공정한 경쟁 선상에 있을 것이라 말하지만, 두 기관을 통합하면 SRT 차량을 추가 구매하지 않고도 기존 KTX 차량을 추가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겨 여객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강남 접근이 용이한 수서고속철도를 SR에게만 쥐어준 것이 운영 측면에서 서비스 향상과 효율성을 높이는데 있어 얼마나 실익이 있는건지 냉정하게 따져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 수서역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SRT. 일각에서는 코레일-SR 통합 시 차량을 추가 구매하지 않고도, 코레일의 KTX를 전라ㆍ 경전ㆍ동해선에 투입하는 등 운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철도경제

 

◆ 한시면허 발급해 전라선 SRT 투입, 국토부 "철도통합과 별개 사안"

 

이미 경실련 등 일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고속철도 분리 운영 및 경쟁체제 도입이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내놓은 가운데, 정부가 전라선에 SRT 운행 검토에 착수하면서 코레일-SR 통합 논의에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하지만 지역정가 및 지자체에서는 강남지역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철도 운영사 통합 문제와 상관없이 전라선 SRT 운행이 조기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철도통합 논의로 확대되면 지역 내 수서 착ㆍ발 고속철도의 조기 투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여수을)은 지난 4일 관련 자료를 배포하고 "수도권 동남부와 전남 동부권을 비롯한 전라선 이용 주민 수백만명의 철도교통 편의를 등한시하고, 전혀 무관한 철도통합 문제를 이유로 SRT 전라선 운행을 반대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지난달 인사청문회 당시 'SRT 전라선 운행은 철도의 수평통합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경남을 비롯한 경전선ㆍ동해선 지역에서도 전라선만 SRT 운행을 추진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며 수서행 고속철도 신설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이다.

 

▲ 서울역에서 코레일-SR 통합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는 철도노조(上), 정의당 전남도당의 'SRT 전라선 운행 반대 성명을 철회하라'며 시위 중인 지역 주민들(下)  © 철도경제

 

반면 철도노조와 시민사회 등에서는 '전라선에 올해 추석 전까지 한시적 면허까지 발급해 SRT 운행을 강행하면 비효율적인 분리 운영체제를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전라선에 SRT 대신 수서행ㆍ수서발 KTX를 투입해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철도노조측은 "SR은 아직 전라선 면허도 없고 차량보관을 위한 주박기지 마련에도 어려움이 있는 등 넘어야할 산이 많다"며 "차라리 수서-여수ㆍ순천 간 KTX를 투입하는게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서고속철도를 SR만 운영하도록 만든 것도 기존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한 방안이었던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승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어느 한쪽 기관의 목소리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이용 주체인 국민의 눈에서 가장 먼저 바라봐야 한다"며 "사소한 부분이라도 서비스의 질이 개선됐다면 '경쟁체제'의 결과물인데,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금번 LH사태처럼 공공기관이 지나치게 비대해질 경우 발생하는 폐해도 경계해야 한다"며 "특정 기관의 독점으로 인한 폐단을 막기 위해 분리 운영이라는 큰 틀을 세운만큼, (필요하다면) 중복되는 기능ㆍ기술적 부분들을 통합하거나 보완해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과 SR이 통합이 결정된 바 없기 때문에 '한시 면허'를 검토하는 것"으로 "만약 통합할 경우 면허가 필요없고, 현재의 경쟁체제를 유지하면 정식 면허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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