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이용하는 지하철이지만 항상 헤맸던 복잡한 환승역들의 숨겨진 이야기. 국내 지하철 환승역을 누빈 생생한 경험을 담아 풀어 낸 <生生환승>이 매주 수요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

[철도경제신문=박준한 객원기자] 춘천으로 가는 경춘선을 이용하려면 원래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를 탔어야만 했다. 그러나 전철이 개통하면서 일부 시간대에는 청량리역부터 열차를 타고 이동이 가능하지만, 이제는 상봉역을 가야만 안정적으로 열차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경춘선이 복선전철화되기 전에는 7호선만이 상봉역을 지나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상봉역이라 하면 7호선보다도 경춘선을 먼저 떠올릴 정도가 되었으니, 시종착역 효과가 분명 커 보인다.

상봉역은 7호선과 경춘선 외에도 경의중앙선까지 이용할 수 있는 상당히 규모가 큰 역이 되었다. 나아가 KTX 열차까지 정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복합적인 역이 되었다.

7호선은 상대식 승강장이며, 경의중앙선은 쌍섬식 승강장이다. 경춘선과 KTX는 섬식 승강장으로 되어있어서 지하철역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승강장 구조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다.

물론 같은 섬식 승강장이지만 경춘선 전철은 고상홈이고 KTX는 저상홈이라 네 곳 승강장이 단 한 곳이라도 같은 형태가 없다.

병목현상이 우려되는 7호선 승강장

상봉역 중 유일하게 지하에 자리한 7호선 승강장은 나머지 노선과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7호선만 서울교통공사 소속이며, 우측통행을 하고 있다. 그리고 7호선 승강장만 남북 방향으로 펼쳐져 있다.

나머지 노선은 모두 코레일 소속이며, 승강장이 모두 지상에 있으면서 좌측통행이다. 그리고 승강장이 동서 방향으로 나란히 펼쳐진 것도 동일하다.

7호선 상봉역은 환승역이 되어 유동인구가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못한 듯싶다. 승강장과 대합실을 잇는 연결통로는 한 쌍에 불과하며 모두 계단으로만 되어있다.

승강장 및 연결통로 폭이 좁은 7호선 승강장. / 박준한 객원기자
승강장 및 연결통로 폭이 좁은 7호선 승강장. / 박준한 객원기자

계단과 계단 사이에는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교통약자가 이용하는 데는 큰 불편함이 없다. 그러나 대합실 쪽에서 모두 한 곳으로 합류하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을 때는 항상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만다.

한편, 지하 3층에 위치한 7호선 승강장에서는 바로 지하 1층 환승통로로 갈 수는 없고, 지하 2층 대합실을 거쳐야 한다. 지하 2층에는 두 갈래의 갈림길이 등장하는데 3, 4번 출구 방향으로는 환승이 불가능하다.

아무래도 3, 4번 출구 이용 승객보다 환승 및 다른 출구 이용 승객이 많다. 그 점을 반영하여 플래카드 및 안내에 있어서 환승 및 다른 출구 방향 쪽의 안내가 훨씬 비중이 높다.

그리고 지하철 환승 안내뿐만 아니라 KTX 안내까지 같은 공간에 같은 규격으로 표기해놓았다. 내용을 보지 않고 형태만 보게 되면 상봉역에 4개 노선이 지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환승통로 방면으로 더 많은 안내를 해놓은 7호선 대합실. / 박준한 객원기자
환승통로 방면으로 더 많은 안내를 해놓은 7호선 대합실. / 박준한 객원기자

지하 2층 대합실에서는 양 갈래로 계단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곳에도 역시 에스컬레이터는 따로 설치되어있지 않다. 7호선 승강장에서 지하 1층까지는 계단을 걷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계단만 있어서 좋은 점은 승강장에서보다는 병목현상이 많이 줄어드는 점이다. 어쩌면 환승 승객의 병목현상을 예방하고자 에스컬레이터를 따로 설치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계단으로만 연결해놓은 지하 1, 2층 간 연결통로. / 박준한 객원기자
계단으로만 연결해놓은 지하 1, 2층 간 연결통로. / 박준한 객원기자

승객 간 동선을 고려한 지하 1층 환승통로

지하 1층 대합실은 서울교통공사 및 코레일 대합실이 서로 교차한다. 코레일 소속의 환승통로로 진입하면 우측통행을 보다 더 강조해 놓았다.

기둥과 기둥 사이를 안전펜스로 막아놓아서 진행 방향에 따라 승객이 서로 엉키는 것을 방지하고자 한 흔적이 있다. 그럼에도 꼭 유도한 방향대로 움직이지 않고 굳이 반대편으로 넘어와서 반대편 승객들의 진행에 방해가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매번 이곳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자연스럽게 유도해놓은 통로로만 통행하고 있다. 이 모습을 보면 마치 도로에 차들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는 것처럼 질서정연하게 보인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 안전펜스를 설치해서 동선을 구분한 지하 1층 환승통로. / 박준한 객원기자
기둥과 기둥 사이에 안전펜스를 설치해서 동선을 구분한 지하 1층 환승통로. / 박준한 객원기자

7호선 상봉역은 물론 코레일 소속의 두 노선 역시 모두 승강장과 대합실을 연결하는 통로는 한 쌍에 불과하다. 안 그래도 열차 빈도가 현저히 낮은 경의중앙선 및 경춘선은 승강장에 열차가 진입할 즈음에는 모두의 발걸음을 바쁘게 만든다.

이 상황에서 승객들 간 동선 겹침 현상이 제법 발생하는데 코레일에서도 이런 상황을 인지했는지 바닥에 화살표로 통행 방향을 유도한 것을 볼 수 있다.

바닥에 유도 화살표로 동선 겹침 현상을 막고자 노력한 흔적. / 박준한 객원기자
바닥에 유도 화살표로 동선 겹침 현상을 막고자 노력한 흔적. / 박준한 객원기자

경춘선의 경우 섬식 승강장인데다가 거의 대부분 열차가 춘천 방향으로 이동해서 승강장을 확인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경의중앙선은 쌍섬식 승강장이라 행선지별로 승강장이 달라지므로 반드시 행선지 확인부터 하고 이동해야한다.

한편 상봉역은 노선 특성 상 자전거 이용 승객도 많다. 그래서 계단이 있는 곳이면 자전거 경사로 역시 볼 수 있다. 실제로 주말에는 자전거 경사로를 이용하는 승객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전거 경사로를 많이 볼 수 있는 상봉역 계단. / 박준한 객원기자
자전거 경사로를 많이 볼 수 있는 상봉역 계단. / 박준한 객원기자

리얼 환승체험기 <생생환승> 다음 편은 노선에 따라 통로 모양에 차이가 있는 ‘강남구청역’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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