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내륙선을 운행하는 KTX-이음 / 사진=한국철도공사
중부내륙선을 운행하는 KTX-이음 / 사진=한국철도공사

[철도경제신문=박재민 기자] 반쪽짜리 노선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중부내륙선 KTX-이음(부발-충주) 열차의 판교연장에 청신호가 켜졌다. 여기에 국토교통부 어명소 2차관이 직접 연장 검토를 지시하면서 사업의 추진력도 얻게 됐다.

특히, 승강장안전문(PSD) 문제는 관련 기술이 확보돼 있어 어느 정도 해결된 모양이지만, 시종착역 설비 구축에는 '매몰비용'이 발목을 잡고 있다.

▲ 부발역 판교방향 승강장 모습, 왼쪽이 중부내륙선 열차가 시‧종착하는 1번 승강장이며 바로 옆에서 판교행 경강선 열차로 평면 환승이 가능하다. © 표재상 객원기자
부발역 판교방향 승강장 모습, 왼쪽이 중부내륙선 열차가 시‧종착하는 1번 승강장이며 바로 옆에서 판교행 경강선 열차로 평면 환승이 가능하다 / 철도경제 (표재상 시민기자)

사업진척 지지부진 '수서광주선'이  '중부내륙선 KTX-이음' 서울길 막아

중부내륙선 KTX-이음 판교행 논의가 오르내리기 시작한 계기는 이 노선 개통 이전부터였다. 당시 지역에서는 이 열차가 노선 개통 후에도 서울까지 직결운행하지 않고 부발과 충주역 사이만 왕복한다는 점을 두고 판교연장을 요구해왔었다.

조길형 충주시장도 지난 2월 중부내륙선 KTX-이음을 시승하면서 "수서광주선 개통 전까지 중부내륙선의 판교 연장 운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었다.

열차가 서울까지 왕래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서광주선 건설사업이 지진부진하기 때문이다.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따르면 수서광주선은 수서역과 경기도 광주를 잇는 철도로 이 노선이 개통된다면 열차가 중부내륙선을 통해 남부권까지 운행할 계획이다.

그런데 수서광주선은 사업 진척도가 느리다. 국토부는 연내 실시설계를 마치는 것을 목표로 올해 예산 200억 원을 편성했지만 현재까지 기본계획 조차 고시되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 어명소 차관이 지난달 22일 중부내륙선 충주-문경 2단계 건설현장을 찾아 "중부내륙선 판교 연장운행을 검토하라"고 주문하면서 다시 한번 KTX-이음 판교행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경강선 판교역 승강장. 전동열차용 PSD가 설치돼 있다. / 철도경제
경강선 판교역 승강장. 전동열차용 PSD가 설치돼 있다. / 철도경제

국토부-철도공단, 판교역에 호환 가능한 '다중 슬라이드 PSD' 설치 검토

부발역은 중부내륙선과 경강선 선로가 연결돼 있다. 신호체계도 같은 열차자동방호시스템(ATP)을 사용한다. 승차권 검표 시설만 마련한다면 연장이 가능해 보이지만 문제는 승강장안전문(PSD)이다.

현재 경강선 판교역 승강장에는 전동열차 규격에 맞는 PSD가 설치돼 있다. KTX-이음이 정차하더라도 문 위치가 맞지 않아 승객이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열차를 보내기 전에 PSD 개량이 선행돼야한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은 약 50억 원을 투입해 전동열차와 KTX-이음 모두 호환되는 '다중 슬라이드 PSD'를 판교역에 설치할 계획이다.

다중 슬라이드 PSD는 문 위치가 서로 다른 두 종 이상의 열차를 모두 호환할 수 있도록 제작된 설비다. 이미 대곡소사선 3공구에선 현대무벡스가 제작한 이 PSD가 구축된 상태다. 관련 기술이 확보됐다는 의미다.

다만, 이 사업은 중부내륙선 열차 뿐만 아니라 향후 월곶판교선 및 여주원주선 개통 시 판교역에 정차할 송도발 EMU-260를 위해 설치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애초에 경강선 개통 당시부터 다중 슬라이드 PSD를 설치하는 것이 맞지 않았는가'하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기술이 개발되는 시점과 경강선이 개통되는 시점이 맞지 않았다"며 "경강선 판교역은 2016년 9월에 개통됐지만 다중 슬라이드 도어는 그 이후에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양 기관은 내구성 검증을 내년 초까지 마치고 오는 2024년 상반기까지 판교역에 설치할 방침이다. 이렇게 된다면 KTX-이음 판교연장은 이 시기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판교역은 EMU-260 열차 정차에 대비돼 있어 승강장 길이가 길다 / 철도경제
판교역은 EMU-260 열차 정차에 대비돼 있어 승강장 길이가 길다 / 철도경제

수서광주선 개통하면 철거해야 할 '종착역 시설' 건설해야..."미래 예측 못한 정책이 부른 비극"

당초 국토부는 지난해 <철도경제신문>에 '중부내륙선 KTX-이음이 판교역까지 연장운행한다면 매몰비용이 발생한다'고 입장을 표명했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국토부도 판교연장을 검토하고 있는 모양이다. 이는 코레일이 '이 열차는 판교연장이 맞다고 국토부에 건의'하면서다. 다만, 내부적으로 여전히 매몰비용을 두고 고민하는 모양이다. 판교역에 시종착 관련 시설을 구축하더라도 향후에는 중간정차역이 되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은 판교역이 경강선 전철의 시종착역이지만 앞으로 월곶판교선이 개통된다면 중간정착역이 된다"며 "만약 중부내륙선 KTX-이음이 판교역까지 운행한다면 종착역 시설을 만들어야 하는데, 월곶판교선이나 수서광주선이 개통되면 다시 철거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시종착역 기능을 하기 위해 '주박 및 유치선'과 '유지보수 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판교역 뒷쪽에 유치선이 존재하지만 열차 두 대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월곶판교선과 수서광주선이 개통하면 필요없는 설비가 된다.

이 관계자는 "판교역 경우 주변에 건물이 많아서 더 넓은 지하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확장공사를 하더라도 수천억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전동열차와 KTX-이음간의 운행속도도 다르기 때문에 부본선도 한 곳 더 설치해야하는 실정이다. 부본선은 뒤 따라오는 열차를 비켜주기 위해 기다려주는 선로를 말한다. 판교-부발 구간에 부본선이 설치된 곳은 곤지암역뿐이다. 전동열차와 KTX-이음을 동시에 운행하기에 설비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번 논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장래 확장을 감안하지 못하고 사업규모를 축소해 일어난 일로 볼 수 있다. 특히, 부본선의 경우 사업계획 과정에서 경기광주, 곤지암, 이천역에 부본선을 설치할 계획이었나 지난 2009년 감사원이 '공사비 낭비'라고 지적하면서 사업규모를 줄인 결과다.

더구나 중부내륙선 열차가 서울까지 못 간 이유도 수서광주선이 경제적 타당성 논리에 빠지면서 사업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철도 정책에 융퉁성이 없어서 일어난 일이다. 향후 미래를 예측하고 사업을 진행했다면 이러한 논쟁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며 "결국 피해는 철도 이용객과 운영사에게 고스란히 넘어가고 있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중부내륙선은 개통 100일째인 지난 4월 12일까지 총 4만 5000여 명을 태운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450명이 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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