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증평군 도안면에 소재한 우진산전 철도차량종합시험센터 전경. / 사진=우진산전
충북 증평군 도안면에 소재한 우진산전 철도차량종합시험센터 전경. / 사진=우진산전

[철도경제신문=장병극 기자] 철도차량제작사인 우진산전이 스페인 탈고(Talgo)社와 협력관계를 맺고, 고속열차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우진산전은 이달 코레일이 발주할 예정인 '320km/h급 동력분산식 고속차량(EMU-320) 136량' 입찰에 참여한다고 7일 밝혔다.

국내 고속차량은 프랑스 알스톰사와 제휴해 처음 KTX를 만든 후, 현대로템이 20여 년 간 독점 생산ㆍ공급했다. 

우진산전이 이번 입찰에 뛰어들면, 일반 전동차 및 EMU-150 뿐만 아니라 180km/h 이상 철도차량 시장에서도 경쟁체제가 성립하게 된다.

아직까지 우진산전이 자체적으로 고속차량을 만든 적은 없다. 우진산전은 탈고와 협력관계를 구축,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ㆍ접목시켜 운영사가 원하는 고속열차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진산전 관계자는 "이미 5년 전부터 고속차량 시장 진출을 위해 준비해왔다"며 "탈고와 기술부분에서 협력하면, 우수한 고속열차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우진산전, EMU시스템 기술력+차량제작시설 모두 갖춰 

우진산전은 50여년 간 철도차량 전장품을 제작ㆍ납품하며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1999년부터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고무차륜형 경전철(K-AGT)를 개발을 시작해, 지난 2011년 국내 최초로 부산 4호선에서 상용화하며 철도완성차 시장에 첫 발을 내딛었다.

특히, 해외 선진기술을 도입하고 국산화해 추진제어장치, 열차종합제어장치, 방송표시기 및 배전반 등 주요 전장품을 KTX 등 고속차량에 적용했다.

현재 우진산전은 연간 480량 이상 중형전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ㆍ장비를 갖추고 있다. 약 1400량에 달하는 전동차를 제작하며, 알루미늄 차체 설계ㆍ생산기술을 확보했다.

지난 2018년부터는 철도연과 수소전동차 개발 R&D에 참여해 시제차를 제작, 오송시험선에서 주행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우진산전은 "국내에 없었던 철도차량기술을 연구ㆍ개발해 실용화하는데 선도적 역할을 했다"며 "신기술을 접목한 철도차량을 선보여 지역ㆍ노선별 맞춤형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동차를 양산하면서 EMU 방식 전기시스템 설계기술을 확보했고, 철도연과 350km/h급 동력분산식 지능형 고속대차도 만들고 있다"며 "연구기관ㆍ대학 등과 적극 협력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고속철도 도전을 위해서도 역량을 집중해왔다"고 강조했다. 

우진산전과 고속열차 제작에 협력관계를 맺기로 한 탈고는 1942년 창립됐다. 현재 스페인 고속철도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30여년 간 스페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약 300편성(3600량)에 달하는 철도차량를 제작ㆍ납품했으며, 열차 유지보수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 최고속도 350km/h급 고속열차 537량을 공급하기도 했다.

탈고는 대차 전문업체로 출발한 회사다. 틸팅차량, 궤간가변 대차 등 독창적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탈고만의 독자적인 관절대차를 적용한 고속열차를 개발ㆍ상용화했다. 

우진산전은 "탈고가 차체설계, 대차 등 기계분야에 강점을 가지고 있고, 우진산전은 전장품 등 전기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양사 간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탈고社, 대차ㆍ차체 등 기계분야에 강점... 'TSI' 충족 설계기술 제공

탈고는 대차 등 기계분야에 고유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 유럽의 철도표준규격(TSI, Technical Specification for Interoperability)에 맞는 차량 설계ㆍ해석 능력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탈고는 우진산전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차체(구체) 및 대차 설계ㆍ제작에 집중 참여할 계획이다. 

우진산전은 국내서 연구개발한 틸팅열차, 180km/h급 ITX-청춘, KTX 고속열차 등에 적용한 국산 모터블럭 및 보조블럭을 비롯, 이미 검증된 전기분야 전장품 설계ㆍ제작기술을 적용한다.

추진시스템의 경우 일본 도시바와 기술 협력을 통해 고속철도차량 품질을 향상시킨다는 구상이다.

우진산전은 "탈고가 차체ㆍ대차 설계 등 기술을 제공하고, 우진산전이 차량 전체 설계, 제작, 주요 부품 구매 및 조달, 최종 조립 및 시운전 시험을 거쳐 납품한다"며 "실제 완성차는 국내에서 제작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사는 지난 4개월 동안 설계, 제작, 설비 등을 면밀히 분석, 점검했다"며 "철도안전법이 요구하는 제반 조건을 준수하면서, 초도 납기일(48개월)을 충족할 수 있는 대책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주요장치 국산품 우선 사용 "차량부품사 해외 진출 기회 넓어질 것"

우진산전은 일각에서 철도차량부품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우진산전 관계자는 "마치 차량을 통째로 수입하는 것처럼 말하는데, 양사 간 강점을 가진 분야에서 기술협력을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우진산전은 "고속차량 주요장치는 충분한 납품실적을 가진 국산 제품을 우선 적용하고, 외산 부품의 경우 국산화 개발을 통해 국내 철도차량 부품산업을 보호 및 육성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철도부품업체 생태계가 붕괴되거나 위협받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해외 선진 고속철도시장은 발주처 요구조건에 맞춰 품질, 가격, 유지보수 등 경쟁력있는 차량을 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공정한 경쟁을 통해 국내 고속열차 기술력을 높이고, 승객 서비스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해외시장 진출에도 유리할 수 있다는게 우진산전측의 설명이다. 아직까지 국산 고속열차가 해외에 진출한 사례는 없다.

우진산전은 "오히려 유럽 등 선진국서 TSI를 충족하고, 실적을 갖춘 탈고와 협력관계를 구축한다면, 해외시장 진출의 포문을 열 수 있다"며 "우진산전産 고속차량에 부품을 납품한 국내 기업도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고속열차 기술력 향상에 방점을 둬야 한다"며 "입찰에서도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기술로 평가받고, 운영기관과 열차를 이용하는 국민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고속열차가 제작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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