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만에 열리는 47억 아시아인들의 축제.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항저우에서 대회 기간 내내 머무르고 있는 기자가,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얽힌 철도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나갑니다. =

항저우 지하철 5호선의 모습. 항저우 지하철은 1~10호선, 16호선과 19호선이 지금 운행되고 있다. / 박장식 객원기자
항저우 지하철 5호선의 모습. 항저우 지하철은 1~10호선, 16호선과 19호선이 지금 운행되고 있다. / 박장식 객원기자

[철도경제신문=박장식 객원기자] 코로나19로 인해 한 해가 밀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지난 9월 23일부터 개막해 16일 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47억 아시아인을 대표해 항저우에 결집한 선수단과 취재진이 집결한 가운데, 한국 역시도 지난 자카르타ㆍ팔렘방 아시안게임에 비해 더욱 좋은 성적을 예고하고 나섰다.

그런 '외국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항저우의 주요 교통수단으로는 2012년 개통해 지금까지 323km의 총연장을 차지하고 있는 항저우 지하철을 들 수 있겠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위해 선수촌과 주경기장, 주요 고속열차가 정차하는 항저우동역 등을 연결하는 6호선, 항저우 샤오싱 국제공항과 항저우동역 등을 연결하는 19호선이 개통하기도 했다.

특히 관계자 등이 항저우에 오기 위해 가장 먼저 만나는 노선, 19호선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이 원래 열렸어야 했던 시기인 2022년 9월 22일 개통하기도 했다. 그런데 편리하고, 각 경기장과도 가까운 항저우 지하철을 타면서 머리에 스쳐 지나간 한국의 도시 두 곳이 있다. 인천과 부산이었다.

아시안게임 관계자는 '무료', 선수촌ㆍ경기장 한달음에

아시안게임 미디어 빌리지에서 약간 걸어 나오면 반쯤 땅에 묻힌 직육면체와 비슷한 구조물이 보인다. 아시안게임을 위해 개통된 지하철 6호선의 “아시안게임 선수촌 역”(亚运村站)출입구이다. 이 역에서 열차를 이용하면 셔틀버스를 타지 않고도 메인미디어센터나 주경기장에 갈 수 있고, 항저우 곳곳을 오갈 수도 있다.

기본요금 2위안, 한국 돈으로 370원 정도에 달하는 저렴한 가격도 좋지만, 더욱 좋은 것은 아시안게임 참가자라면 AD카드나 웰컴키트에 포함된 교통카드를 이용해 아시안게임 기간 무료로 지하철과 시내버스를 타고내릴 수 있다는 데 있다. 셔틀버스 시간이 맞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이용할 만한 교통수단인 셈이다.

주경기장과 수영장, 체육관, 그리고 메인미디어센터와 조직위원회 사무실 등이 연결되는 '박람센터(博览中心)역'의 모습. / 박장식 객원기자
주경기장과 수영장, 체육관, 그리고 메인미디어센터와 조직위원회 사무실 등이 연결되는 '박람센터(博览中心)역'의 모습. / 박장식 객원기자

지하철 시설 역시 훌륭하다. 중국 지하철의 특성답게 역마다 소지품을 검사하는 기계가 있다는 점을 빼면 탑승에 어려움도 없다. 최근 핀테크를 도입하고 있는 중국의 추세답게 교통카드가 없더라도 위챗페이나 알리페이의 QR코드를 통해 지하철을 탈 수 있는 점도 좋다.

시설과 동선 역시 나쁘지 않다. 승차권 발매기는 영어 역시 지원하는 데다, 알리페이나 현금, 신용카드 등으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 환승 통로 역시 정확한 표지판으로 구별해 중국어를 모르더라도 빠르고 간편하게 열차를 갈아탈 수 있다.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안전성 역시 높다.

특히, 항저우 지하철이 개통된 지는 이제 겨우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항저우 지하철이 시민들에게 온전히 정착되면서 도시 교통 역시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재편된 것이 눈에 띈다. 당장 이번 올림픽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을 위해 운영되는 셔틀버스도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운행되고 있고, 지하철역에는 시민들이 찾는 쇼핑몰까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아,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항저우 교통이 모이는 항저우동역의 환승이 정말 불편하다는 점에 있긴 하다. 초기에 개통한 1호선과 4호선 사이의 환승은 한국의 금정역처럼 '3초 환승'이 가능하기에 정말 편리하지만, 아시안게임 대비를 위해 새로 지어진 6호선과 19호선은 항저우동역의 동쪽 구역에 별도의 역사를 쓰고 있다.

항저우 지하철 6호선의 차량 내부 모습. 새로운 열차라는 느낌이 바로 올 정도로 깨끗하고 편안하다. / 박장식 객원기자
항저우 지하철 6호선의 차량 내부 모습. 새로운 열차라는 느낌이 바로 올 정도로 깨끗하고 편안하다. / 박장식 객원기자

그래서 1호선에서 6호선으로, 19호선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려면 꼼짝없이 항저우동역의 역 건물 한복판을 거쳐서 간접환승을 해야 한다. 엄청난 인파를 뚫는 것, 긴 거리를 걷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중국 철도역 특유의 '보안 검사'를 전철 한 번 갈아타자고 전철역에서, 운이 나쁘면 역에서 두 번씩이나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왜 그렇게 자세히 잘 아냐고? 펜싱 경기장에서 미디어 빌리지로 '귀가'하기 위해 1호선에서 6호선을 갈아탈 때까지는 사실 알고 싶지 않았던 일이었다. 세상에는 겪지 않아도 될 일이 있다는 사실을 보안검사장에서 다시 깨달았다.

아시안게임 앞두고 '반만' 개통된 부산

하지만 이 열차를 타면서 마냥 '좋다'는 생각만을 갖기가 쉽지 않다. 지난 두 번 한국이 아시안게임을 열었을 때의 기억이 떠오르는 탓이다. 한국은 21세기 들어 두 번의 아시안게임을 개최했다. 하지만 수십억 명의 축제라는 이 대회, 주경기장으로 접근할 수 있는 철도 교통수단은 없었다. 정확히는 있을 계획이었지만 '공사 중'이었다.

부산 지하철 3호선은 지난 2002년 9월 열린 부산 아시안게임의 주요 경기장을 연결하기 위해 계획된 노선이었다. 강서와 구포, 연제구 등을 잇는 노선인 부산 3호선은 부산 아시안게임의 주요 경기장인 강서체육공원, 그리고 부산 사직운동장 일대를 잇는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노선은 부산 아시안게임은커녕 APEC 정상회의를 한다고 부산이 시끌시끌했던 2005년 개통했다. 모노레일 등 여러 구상을 두던 부산광역시와 정부가 지하철로 확정지어 착공한 것이 1997년인데, IMF 사태까지 겹치며 그야말로 '난맥상'이 이어졌다. 결국 부산 3호선의 개통은 당초 2000년 개통에서 꽤나 밀려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점은 주요 취재진, 선수단과 외빈 등이 취재 및 업무를 하는 해운대 지역에 들어가는 지하철이 정상적으로 개통했다는 점. 부산 지하철 2호선 센텀시티ㆍ해운대 구간은 개막 30일 전인 2002년 8월 개통되어 취재진 등을 실어 날랐다.

다만 부산 3호선의 부재는 생각보다 컸다. 부산 3호선은 당시 많은 인원을 수용해야 하는 야구, 축구, 육상 경기가 열리는 부산 아시아드 주 경기장 일대와 구기 등 주요 종목이 열리는 강서체육공원 등을 연결해야 했지만, 아시안게임 기간에는 '그림의 떡'으로 남아 있었다. 결국 이는 부족한 선수촌 및 관계자 교통편으로 인한 논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주경기장 앞 철도 노선 없어...교통대란 났던 인천"

인천 아시안게임을 염두하고 만들었건만,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난 한참 뒤인 2016년 개통한 인천 2호선. / 박장식 객원기자
인천 아시안게임을 염두하고 만들었건만,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난 한참 뒤인 2016년 개통한 인천 2호선. / 박장식 객원기자

그나마 필요한 노선 중 하나라도 개통한 부산과는 달리, 인천 아시안게임 기간에는 필수 불가결한 노선이 아예 개통조차 하지 않았다. 인천 지하철 2호선이 그 주인공이었다. 2014년 열렸던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리우 올림픽까지 마무리된 뒤인 2016년 여름에야 개통했기 때문.

문제는 주경기장 접근에 불편을 겪었던 부산 3호선의 사례와는 달리, 인천 2호선의 개통 지연은 상당수의 종목을 찾는 시민들, 종목 관계자들에게 '폭탄'을 던졌다. 주경기장도, 전 기간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도 지하철을 타고 접근할 수 없으니 불편도 컸다. 결국 개막식 당일부터 이로 인한 문제가 터졌다.

부산 도심에 있는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과는 달리, 공촌동 일대의 공지에 만들어진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은 인천 2호선 외의 연계 교통수단이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인천 2호선은 아시안게임 기간 공사마저 중단할 정도로 아시안게임 동안 지하철이 역할을 해 줄 가능성은 없다시피 했다.

결국 개회식 날부터 경악할 일이 벌어졌다. 개회식 참석자들을 위한 모든 셔틀버스 인력을 총동원한 탓에 다음 날 있는 경기 등을 대비하기 위해 개회식 대신 훈련을 택한 선수들에게 셔틀버스가 배차되지 못한 것. 결국 이 여파로 대회 내내 관중 셔틀버스도, 선수단과 기자단 등 관계자를 위한 셔틀버스조차 제대로 운행되지 않으며 대회 내내 수송 논란을 겪었다.

물론 원인 중 하나로는 이동시간이 불필요하게 길어질 수밖에 없는 송도에 취재진의 ‘베이스캠프’인 메인 미디어 센터가 설치되어 셔틀버스 이동거리가 길어졌다는 것 등을 들 수 있겠지만, 결국 지하철이 있어 관중 수송에 도움을 줄 수 있었다면 차량 역시 여유가 있을 테고, 이런 ‘교통대란’도 없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다만 인천이 더욱 아쉬웠던 이유는 부산이 이미 도시철도의 부재로 인한 논란을 이미 앓았기에 이를 예방주사 삼을 수 있었다는 것. 당시 '허허벌판'이었던 주경기장 인근 공구 등만 미리 개통하는 등의 대안이 없었기에 더욱 아쉬움이 크다.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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