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극동 대전·세종본부장.
반극동 대전·세종본부장.

나이가 들면 활동반경이 좁아지는데 은퇴자에겐 특히 더 그렇다. 퇴근시간 때쯤 동료들끼리 어울리던 시절이 그립다. 마땅히 불러주는 곳도 없어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여보 오늘 맛있는 것 먹을 수 있는 모양이지?” 아내가 시장에서 사 온 것을 보고 묻는다. “아, 아롱이 거야.” 아롱이는 18살이 된 우리 집 강아지다. 아내는 나보다 먼저 아롱이를 챙기고 밥도 우리 중에서 첫 번째로 먹는다.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로 씁쓰레하다. 인간으로 치면 90대 할아버지뻘인 아롱이는 참 오래 살고 있다. 올해 초부터 비실거리며 행동이 느려지더니, 토끼 똥 같은 까만 대변을 보기에 곧 생명이 끝날 때가 된 줄 알았다. 나름대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정성스레 아롱이에게 영양가 있는 먹거리에 신경쓰고 관심을 주더니 요즘 다시 생기가 돋아났다. 저녁만 되면 맛있고, 영양가 있는 것을 먹으니 활기를 되찾은 것이다.

정성만 가득 기울이면 죽을 것도 되살아난다더니 아롱이를 보며 그 얘기를 실감한다. 생명이 사그라들 것만 같았던 아롱이도 기운을 되찾은 모습을 보며, 정성의 힘과 보살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최근에는 세상이 발전해서 죽은 사람이 다시 나타나기도 한다. 살아생전의 영상과 음성을 합성하여 AI기술로 되살리고 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다시 보고, 유명 연예인은 AI 영상으로 관객을 만나는 것이 새로 시도되고 있다. 아주 옛날에 살았던 예술가도 되살려 그들의 작품, 그림과 음악은 물론이고 심지어 살아가는 모습까지 구현하고 있다. 

철도에서도 한때 잘 나갔다가 도로가 발달하여 밀렸고, 산업의 변화에 따른 인구의 이동으로 현재는 이름만 남은 선로가 꽤 있다. 수인선이나 안성선이 그랬고, 수려선, 교외선, 정선선의 여량~구절리, 문경 가은선, 진주 삼천포를 연결하는 진삼선, 영동선 중 강릉에서 경포대를 잇는 선도 있었다. 포항에는 효자에서 괴동을 거쳐 포항제철까지 운행하는 선로에 통근열차를 운행한 적도 있었으며, 채운에서 논산훈련소 연무대를 연결하는 강경선, 익산에서 군산 시내까지 가는 군산선과 옥구선도 있었다. 진해 해군통제부까지 운행했던 진해선은 지금은 화물용으로 가끔 사용 중이고 여객용 열차는 운행하지 않는다. 여름에 서해안 장항선에 춘장대까지 임시 피서 열차도 운행했지만, 오늘날은 모두 화물용으로만 운행하거나 중지되었다. 

올해는 새로 개통되는 철도노선과 구간이 많다. 동해선 삼척에서 영덕까지 신설되고, 중앙선은 안동에서 의성 영천까지 복선 전철로 재탄생한 덕분에 청량리역에서 이 노선을 따라 경주 울산(태화강)을 지나 부전역까지 열차가 운행될 예정이다. 중부내륙선은 충주에서 문경까지 신설된다. 서해선은 완전 새로 난 선로인데, 경기도 화성(송산)에서 향남을 지나 장항선, 홍성으로 연결된다. 대구권 광역철도인 구미에서 경산까지도 새로 확장해서 광역철도로 재탄생한다. 대구 지하철 1호선 종점인 안심에서 하양역까지도 연장 개통한다. 앞서 GTX-A노선은 수서에서 동탄까지는 지난 3월 10일에 개통하였고, 서울 지하철 8호선 연장선인 서울 강동 암사역에서 구리를 지나 남양주 별내역까지 이어지는 노선도 개통하였다. 

사라졌던 철길이 새로 되살아나는 경우가 요즘 꽤 있다.  2012년 수인선이 오이도에서 인천까지 먼저 전철로 살아났고, 한대앞역에서 수원역 구간도 2020년 완벽하게 되살아났다. 수려선은 수원에서 여주 간 협궤열차가 다녔던 노선인데, 이번에는 분당선 판교역에서 여주로 연결하는 노선으로 변경하여 경강선이 되었다. 최근 운행이 중단되었던 교외선도 다시 운행하기 위해 재정비를 하고 있다. 내년쯤이면 열차가 다닐 수 있을 것 같다. 문경 가은선과 진삼선은 중부내륙고속철도로 되살아나고 있고, 안성선과 사천선도 다시 운행하려고 한다. 진해선도 창원시의 도시철도로 변경하여 개량 추진할 계획이다. 우리 집 아롱이가 회복하고 옛 예술가가 영상으로 되살아나듯, 철도에서도 상황이 바뀌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라졌던 노선들이 새로 부활하고 있다.

/ 반극동 철도전문인재뱅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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