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사고 이후 구축된 국가 철도안전관리 체계의 변화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된 철도안전, 그러나 최근 정체 신호
인적오류 한계 넘기 위한 4차산업 기술 도입의 필요성
기술기준의 이해와 RAMS 중심 사고로 안전 품질 높여야

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 내부 곳곳에 비치된 소화기 모습. 자료사진. / 사진=연합뉴스
서울지하철 5호선 열차 내부 곳곳에 비치된 소화기 모습. 자료사진. / 사진=연합뉴스

철도안전법 시행은 2003년 2월 1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사고에 의하여 촉진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전에는 철도청, 서울지하철 등 철도운영사가 책임지고 개별적 역량으로 철도안전을 관리하는 체계였는데, 국가적 재난을 당하여 철도안전의 혁신적 제고를 목표로 2004년 10월 철도안전법을 반포하고 시행하여 오늘의 국가 철도안전관리 체계가 마련되었다. 

먼저 국토교통부는 국가 철도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하여 '항공·철도사고 조사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여 기존에 별도로 운영되던 항공사고조사위원회와 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2006년 7월 통합하여 철도항공사고조사위원회로 개편하였고, 한국교통안전공단에 2006년 운전면허제를 시작으로 2012년과 2014년에 철도안전관리체계 승인제도 및 안전진단제도를, 그리고 2020년에는 체계적 생애주기 안전관리 시스템과 운영자 책임 강화 등 주요 안전 혁신 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또 2011년 광명역 KTX 탈선사고를 계기로 정부의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감독체계 구축 필요성이 대두되어, 2012년 1월부터는 국토부 안전감독관 제도를 마련하여 상시점검, 특별점검, 사고조사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철도운영기관의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철도시스템의 안전을 기술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하여 2014년부터 철도안전법 시행규칙으로 철도시설 및 차량에 대한 기술기준을 고시하여 시행하고 있고, 철도차량의 형식승인은 2014년 3월부터, 철도용품 형식승인은 2016년 8월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가적 철도안전 관리체계 도입은 짧은 기간에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큰 성과를 거두었는데, 철도안전법이 시행되기 이전인 2003년도에 철도공사의 운행거리 1억 km당 열차사고가 10.4건에서 2024년도에는 2.3건으로 78% 감소했고, UIC의 1억km 당 사고사망률 지수도 0.9 수준에서 0.1명 이하로 개선되었다. 또 2003년 이전에는 매 10년마다 사망자 50명 이상의 대형참사가 반복되었으나 철도안전법 시행 이후에는 전무하였다. 이러한 성과로 우리나라는 세계 Top 10위 이내의 최상위 철도안전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열차사고발생율은 2011년 이후부터, 충돌탈선화재 등 중대사고 발생율은 2017년 이후로 개선이 정체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초기의 선진 철도안전관리 체계와 기술기준 도입으로 우리 철도안전관리가 안정화되었다는 긍정적인 의미와 함께 새로운 도전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즉 현재까지의 성과는 선진화된 안전관리를 도입하고 사람이 주체가 되어 이루어 낸 것인데, 인적오류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향후 IOT, 빅데이터, AL, 자율 로봇 등 4차산업 혁신기술들의 도입이 이루어져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철도안전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도입의 진행되고 있는 CBM도 이러한 추세의 한 부분이다. 또한 법규정 시행과정에서 발생한 초기의 시행착오와 비효율을 분석하여 시간과 비용을 최적화하여 효율적으로 시행하는 지혜를 찾아내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대구지하철 사고 이후 이루어진 일련의 철도안전 대책과 안전기술개발에 참여해 왔고 철도기술기준 전문위원회와 기술위원회 활동은 지금도 하고 있다. 가끔은 고장차량 수리, 안전용품 하자 분석 등의 자문 용역을 하면서 차량이나 용품 기술기준이 현업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경험할 기회들이 있었는데, 실무 설계자들과 엔지니어들의 기술 이해도는 상당히 높았다. 그런데 기술기준 요구의 배경이 되는 위험(Hazard) 요소를 망각하고 자귀에 충실한 경우를 자주 보았다. 또 철도기술기준이 철도운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안전요구조건과 호환성을 위한 강제규정임에도 불구하고 기술기준만 만족하면 품질이 보증되는 제품인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았다. 기술기준 배경에 대한 해설서나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도 생각해 보았다.

철도시스템은 개별 제품이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전체 시스템의 유기체 일부로 사용되기 때문에 철도의 Safety는 RAMS를 의미한다고 보는 곳이 더 타당하다. 즉 궁극적으로 신뢰성 높은 품질 수준이 안전성도, 유지보수성도, 가용성도 보장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차량의 경우, 형식승인은 철도연구원 등, 제작 품질은 로테코 등에서 하고 있지만 설계품질을 검증하는 공식지정기관은 없고 도면승인을 하는 발주사가 이 기능을 하고 있다. 이 경우 담당 엔지니어의 역량에 크게 의존될 수 있고, 일부 BTL 사업 등에서는 경험이 적은 타기관 담당자가 설계승인을 할 수도 있다. 국내에도 전문 설계품질 컨설팅 기능이 활성화되면 좋겠다 생각한다. 

한편 4차산업 혁신기술 신제품들이 개발되어 철도에 적용되려면, 기술기준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제품을 도입하는데 큰 장애가 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이미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신제품 평가 심의 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철도안전법 제도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목소리가 수렴되어 더 효율적이고 성숙된 모습으로 진화되길 기대한다.

구정서 본지 편집위원장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구정서 본지 편집위원장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 구정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명예교수·본지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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